“매출 톱10 절반이 외산 게임”… 안방 시장서 주도권 뺏긴 위기의 K-게임
중국 게임사 장악력 가장 커
”MMORPG 피로도·세대교체 영향”
한국 게임사들이 안방 시장을 외국 업체들에게 내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외산 게임들이 애플과 구글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국산 게임들을 제치고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용량 순위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6일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5일 기준 구글플레이 애플리케이션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절반을 외산 게임이 차지했다. 2위 버섯커 키우기, 5위 원신, 6위 라스트워:서바이벌, 9위 브롤스타즈, 10위 WOS: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등이 대표적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앱스토어 매출 1위는 중국 조이나이스 게임즈가 만든 ‘버섯커 키우기’이다. 4위 라스트워:서바이벌, 6위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8위 로얄 매치, 9위 브롤스타즈, 10위 탕탕특공대 등 외국 업체들이 만든 게임이 매출 상위권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 리니지 제친 ‘버섯커 키우기’… 中 게임, 장악력 가장 커
‘버섯커 키우기’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터줏대감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누르고 1월 4주차 주간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버섯커 키우기’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방치형 게임으로, 버섯 캐릭터를 성장시켜 점차 인간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다는 설정이 특징이다. 단순한 그래픽과 조작 방법으로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중국 게임들의 공세가 유독 거세다. 구글플레이에서는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의 ‘브롤스타즈’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게임이, 앱스토어에서는 ‘브스롤스타즈’와 튀르키예 게임사의 ‘로얄 매치’를 제외한 4개 게임이 중국산이다. ‘브롤스타즈’는 지난 2018년에 출시된 모바일 슈팅 게임으로 귀여운 캐릭터로 장기간 인기를 끌고 있고, ‘로얄 매치’는 퍼즐게임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게임의 수준이 한국에 뒤질 것이 없으며, 기획력과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내는 ‘원신’ 같은 게임이 이를 증명한다. 더구나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한국 시장을 노리는 중국 게임들이 늘고 있다. 중국 게임의 참신함과 물량 공세에 이용자들은 빠져들 수밖에 없다.
브롤스타즈의 경우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iOS+안드로이드)가 전체 게임 관련 앱 중 나홀로 200만명을 넘어서며 MAU 1위를 기록했다. MAU는 한달 동안 얼마나 많은 유저가 앱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앱 평가 지표다. 지난달 게임 분야 MAU 2위 역시 10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게임 ‘로블록스’가 차지했다.
◇ MMORPG 일색인 韓 게임… “소비자 등 돌렸다”
국내 게임 시장을 외산 게임들이 점령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리니지’로 대표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색인 국내 게임에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지난해의 경우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 크로우’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 등 대형 MMORPG가 잇따라 출시됐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쓰론앤리버티(TL)’에 혹평이 쏟아진 것도 MMORPG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피로도를 방증한다. 작년 12월 엔씨소프트가 TL을 출시한 후 각종 게임커뮤니티에서는 “개고기 탕후루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엔씨소프트가 매출 감소를 우려해 개고기(리니지)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못한 채 억지로 괴상한 신메뉴(TL)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의 세대 교체로 국내 게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MMORPG에 열광하던 과거 세대와 달리 10·20대들은 시간과 돈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는 캐주얼 게임을 선호하는데, 해외 게임들이 그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리니지’를 제친 ‘버섯커 키우기’ 역시 별다른 조작이 필요하지 않는 방치형 게임이다.
외산 게임의 약진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연말연초에 유입된 라이트 유저(접속 시간이 짧은 이용자)들은 외국 게임사의 캐주얼 게임을 즐긴다”면서 “헤비유저(열성적 이용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이 출시된 후인 2~4분기부터는 국내 게임사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지만, 대체 콘텐츠가 워낙 많아 장담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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