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만? 르세라핌・아이브・에스파까지…영어곡으로 국내외 차트 노리는 걸그룹들 [SS뮤직]
[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Me and my girlies, We gon party til its early’ (나와 내 친구들, 우린 아침까지 파티를 열 거예요.)
걸그룹 르세라핌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퍼펙트 나이트’는 가사가 전부 영어로 이뤄져 있다.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오버워치 2’와 협업한 이 곡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 100’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K팝 걸그룹이 영어곡으로 멜론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르세라핌처럼 영어곡을 발표하며 북미시장을 겨냥하는 걸그룹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초 신인 그룹이던 피프티 피프티가 ‘큐피드’의 영어 버전으로 중소기획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국 빌보드 ‘핫 100’에 초고속 진입하는 드라마를 쓰게 되면서 영어곡 열풍에 더욱 불을 붙였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이 지난해 1~6월 디지털 차트 톱400에 오른 여성그룹 노래를 분석한 결과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41.3%로 2018년 동기 대비 18.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걸그룹 사이에서 불고 있는 영어곡 발매는 미국 본토 진출 외, 국내외를 아우르는 대표 활동곡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변화다. 영미권 진출과 월드투어를 진행하는 걸그룹들은 영어곡을 통해 서구권 팬덤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걸그룹 뉴진스는 지난해 10월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 ‘갓즈(GODS)’를 발매했다. ‘갓즈’는 스포티파이에서 발매 당일 260만회 이상 스트리밍됐다. 역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 중 발매 첫날 최다 스트리밍 기록이다. 게임 주제곡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빌보드에 차트인했다.
‘음원강자’ 아이브는 지난달 19일 첫 영어싱글 ‘올 나이트’를 선보였다. 스웨덴 듀오 그룹 아이코나 팝이 2013년 발매한 ‘올 나이트’를 재해석한 곡으로,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미국 여성 래퍼 사위티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여온 아이브는 지난 10월부터 진행 중인 첫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IVE THE 1ST WORLD TOUR ‘SHOW WHAT I HAVE’) 공연은 물론, 영어곡 발매 등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한다.
지난해 여름 영어 싱글 ‘베터 싱스’로 북미 진출을 본격화한 에스파는 올해 1분기 영어앨범을 내고 영국 음반시장에 진출한다. 에스파는 지난해 미주와 유럽 지역 총 14개 도시에서 월드 투어를 성료한 바 있다. 올해엔 영어 앨범을 통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팬덤을 확보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로 역주행 신화를 쓴 걸그룹 하이키도 새 디지털 싱글 ‘띵킨 어바웃 유’를 발표하고 첫 영어곡을 선보였다. 발매 직후에는 국내외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대규모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트와이스는 영어 신곡으로 글로벌 행보를 확장한다. 트와이스는 오는 23일 미니 13집 ’위드 유-스‘를 발매한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오후 2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0시) 싱글 ‘아이 갓 유’를 미리 선보이고 멕시코, 브라질, 미국, 일본 등에서 월드투어 콘서트를 이어간다. 트와이스는 앞서 오리지널 영어 싱글 ’더 필즈‘와 ’문라이트 선라이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 연속 랭크인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 주 소비층이 영어곡에 대한 이질감을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 앨범에 영어 수록곡을 넣거나 영어 싱글을 발매하고 활동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며 “다만 영어곡들은 대게 이지리스닝 경향이 강해 유행 차원에서 영어곡을 발매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K팝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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