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특급 에이스’ 날개 더한 젊은 팀 볼티모어, 번스와 함께 비상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볼티모어가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2월 2일(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번 오프시즌 성사된 가장 큰 트레이드. 볼티모어는 이 트레이드로 마운드를 단숨에 보강했다.
밀워키가 볼티모어로 보낸 투수는 바로 2년 전 리그 최고의 투수 자리를 차지했던 코빈 번스였다. 볼티모어는 밀워키에 두 명의 상위 유망주, 좌완 DL 홀과 내야수 조이 오티즈를 내주고 번스를 품었다.
1994년생 우완 번스는 단순한 에이스가 아니다. 현역 최고의 투수 중 하나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밀워키에 지명돼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한 번스는 TOP 100 유망주 출신으로 2020년 단축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단축시즌 12경기 59.2이닝을 투구하며 규정이닝에 아웃카운트 단 한 개가 부족했지만 4승 1패, 평균자책점 2.11의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첫 풀시즌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2021년 28경기 167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2022시즌에는 33경기 202이닝, 12승 8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해 사이영상 투표 7위에 올랐고 2023시즌에는 32경기 193.2이닝,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9로 사이영상 투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1-2023시즌 3년 연속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단축시즌(6위) 포함 4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 TOP 8에 이름을 올렸다.
2020-2024시즌 4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105경기 622.1이닝, 37승 22패, 평균자책점 2.86, 765탈삼진. 해당기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5위를 기록했고 5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피안타율은 4위, 이닝 당 출루허용율(WHIP)도 4위였다. 최근 4년 동안 번스보다 많은 삼진을 잡아낸 투수는 단 한 명, 게릿 콜(NYY, 816K) 뿐이었다. 성적의 종합 지표라 할 수 있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fWAR 기준)는 최근 4년 17.9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2위(1위 잭 윌러 19.3)였다.
밀워키의 전력 탓에 승수는 다른 투수들보다 많지 않았지만 그 외 모든 면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쳐왔다. 긴 이닝을 투구할 수 있는 체력을 가졌으며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갖췄고 안타를 많이 허용하지 않으며 출루를 억제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역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시즌 동안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최하위를 4번, 4위를 2번 기록한 볼티모어는 지난해 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반등을 알렸다. 기다림의 시간을 거치며 모은 유망주들이 성장해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하며 전력이 상승했다. 현역 최고의 포수 자리를 꿈꾸는 애들리 러치맨을 필두로 거너 헨더슨, 조던 웨스트브룩 등이 성장세를 보였고 이들은 팀의 중심으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젊고 능력있는 팀이 됐지만 볼티모어는 여전히 약점이 있었다. 바로 선발진이었다. 기대주였던 1996년생 우완 카일 브래디시가 지난해 30경기 168.2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한 것은 볼티모어 투수가 2016년 크리스 틸먼 이후 처음으로 '규정이닝, 10승, 4.00 미만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달성한 것이었다.
그만큼 볼티모어에는 리그에서 손꼽힐만한 에이스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맹투를 펼친 브래디시 역시도 이제 2년차 시즌을 치른 투수. 아직은 '계산이 서는 에이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닝 소화능력과 탈삼진 능력 등에서는 아직 아쉬움도 남아있다. 팀이 가장 기대하는 특급 투수 유망주인 그레이슨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데뷔했지만 큰 부침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볼티모어는 로테이션을 확실하게 이끌어 줄 수 있는 '계산이 서는 에이스'를 얻었다. 여러 '복권' 중 하나가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 마운드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에이스가 생긴 것이다. 젊고 강한 라인업을 가진 팀이 리그 최고 수준의 에이스까지 얻은 만큼 그야말로 전력에 날개를 단 셈이다.
볼티모어가 기대할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번스의 파트너에 관한 것이다. 번스는 밀워키에서 빅터 카라티니, 오마 나바에즈 등과 주로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카라티니가 좋은 프레이밍 능력을 가졌지만 전체적인 수비 측면에서 두 포수는 모두 아쉬운 면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포수로서 현역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러치맨과 배터리를 이루게 됐다. 번스의 성적이 더욱 오를 가능성도 있다.
물론 볼티모어가 이번 트레이드로 모든 것을 얻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위험도 감수했다. 번스는 올시즌이 종료되면 FA 자격을 얻는 선수다. 볼티모어와 함께하기로 약속된 시간은 올시즌 단 1년 뿐. 볼티모어는 번스의 마음을 붙잡아 연장계약을 맺거나 시즌 종료 후 그와 결별을 해야 한다. 번스는 지난 12월 연장계약보다는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총액 2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전망되는 특급 에이스인 만큼 당연한 수순. 어쩌면 번스는 다음 오프시즌 곧바로 볼티모어를 떠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볼티모어는 올시즌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트레이드의 승자는 볼티모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볼티모어가 밀워키에 내준 홀과 오티즈 역시 TOP 100 평가를 받는 상당한 기대주들이다. 볼티모어가 올시즌 성과를 내지 못하고 번스와 결별한 뒤 밀워키로 향한 선수들이 제대로 성장한다면 평가는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
지난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한 볼티모어는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갈 때라고 판단했고 특급 에이스를 영입했다. 과연 번스라는 날개를 단 볼티모어가 올시즌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코빈 번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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