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설' 차범근→홍명보→박지성이 밟지 못한 亞 정상, 터닝포인트 꿈꾸는 '리빙 레전드' 손흥민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일본이 사라졌다. 일본은 8강에서 이란(1대2 패)에 덜미를 잡혔다. 그들의 현실진단은 "일본에는 손흥민(토트넘)과 같은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그라운드에 오르기 전 손흥민의 메시지는 간단, 명료하다. "다 쏟아붓자!"
패하면 짐을 싸야하는 '단두대매치'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1<4PK2>1 승), 호주와의 8강전(2대1 승)은 현실이지만 영화같은 이야기였다. 두 경기 연속 '극장승'은 처절함이 기적으로 연출된 결과다. 카타르아시안컵은 손흥민을 위한 무대다. 개막 전부터 뜨거웠던 관심이 더 활활 타오르고 있다. 모든 눈이 그를 향해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아직은 '샴페인'을 터트릴 수도, 터트려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것은 큰 핑계다. 이제 토너먼트에서 4개의 팀만 남았다. 하나의 우승컵을 놓고 싸운다. 어떠한 핑계, 힘듦, 아픔이 필요없다.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뛰어갈 예정이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위해선 두 걸음이 더 남았다.
다시 결전이다. 대한민국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각)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4강전을 치른다. 요르단을 넘으면 2015년 호주 대회 이후 9년 만의 아시안컵 결승 진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한 고개를 더 넘으면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1956년 아시안컵 초대 챔피언인 한국 축구는 1960년 2회 대회 정상 등극이 마지막이었다.
아시안컵 우승은 1970년대 차범근, 1980년대 허정무 조광래, 1990년대 홍명보, 2000년대 박지성 등 세대를 수놓은 한국 축구의 전설들이 넘지 못환 '미지의 세계'다. 32세의 손흥민도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2011년 대회부터 4회 연속 아시안컵 무대에 오른 그는 "어떻게 보면 나의 마지막 아시안컵이다. 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손흥민은 매 경기가 '작품'이다. 그는 호주전 출전으로 이영표와 공동 보유했던 16경기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에서 17경기에 출전했다.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18번째 경기 테이프를 끊게 된다.
깨지기 힘들 것 같았던 이동국의 한국 선수 아시안컵 최다골 기록도 가시권이다. 이동국은 2000년 레바논에서 6골, 2004년 중국 대회 4골로 총 10골을 기록했다. 이란의 알리 다에이(14골)에 이어 아시아 전체 순위에서는 2위다. 1980년 한 대회에서만 7골을 터뜨린 최순호가 이동국의 뒤를 잇고 있다.
2011년 카타르에서 1골, 2015년 호주에서 3골을 작렬시킨 손흥민은 이번 대회 전 4골을 기록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침묵한 그의 골시계가 다시 움직였다.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2대2 무), 3차전 말레이시아(3대3 무), 호주와의 8강전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특히 호주전에선 0-1로 패색이 짙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유도하고도 황희찬(울버햄턴)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했다. 그는 환상적인 프리킥 결승골로 대미를 장식했다.
손흥민은 현재 7골을 기록, 최순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3골을 더 추가하면 이동국과 공동 1위에 오른다. 4강을 넘어 결승에 진출하면 충분히 3골을 터트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손흥민은 한국 선수 아시안컵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18세194일이던 2011년 1월 18일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함부르크 소속이었던 그가 당시 국내에서 학교를 다녔더라면 고교 졸업 직전이었다. 고교생 신분으로 A매치에서 골을 넣은 한국 선수는 아직 없다.
먼 길을 걸어왔다. 16강전부터 매 경기가 마지막과의 사투였다. 어느덧 '해피엔딩'까지는 두 경기 남았다. 요르단에는 돌려줘야 할 빚도 남았다. 손흥민은 지난달 20일 경기 시작 9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요르단에 2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고, 후반 인저리타임에 간신히 동점에 성공하며 2대2로 비겼다. 당시 그는 "우리가 부족했다. 요르단이 분명히 준비를 잘 했고 좋은 경기를 한 것은 팩트다. 요르단이 칭찬과 격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가야했다"고 반성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5일 "조별리그 당시에 우리가 2골 내줬다. 요르단이 얼마나 좋은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내일은 실점이 나오면 안 된다. 수비적으로 요르단의 장점을 봉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격적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요르단보다 한 골이라도 더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의 반성, 실패는 없다. 한국 축구는 국제축구연맹 랭킹 87위 요르단을 상대로 3승3무, 단 1패도 없다. 손흥민의 시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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