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우리 시대의 ‘큰 바위 얼굴’은 누구일까?
19세기 미국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이 쓴 ‘큰 바위 얼굴’은 이상적인 인간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를 사유케 해주는 소설이다.
세상에는 부자, 정치인, 고관, 장군, 예술인, 문필가 등 성공하고 출세한 인물들이 많다. 그러나 ‘큰 바위 얼굴’은 돈이나 명예, 권력 등 세속적인 가치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탐구를 통해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 소설을 접한 많은 이들이 마음 한구석에 그런 성숙한 인간, 완성된 삶을 꿈꾸었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많은 ‘큰 바위 얼굴’이 존재한다고 본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물일 수도 있다.
새삼 ‘큰 바위 얼굴’을 거론하는 이유는 또다시 선거철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과 나라를 대변해줄 ‘큰 사람’을 뽑고 싶은데 현실은 기본적인 예의범절과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소인배들로 넘쳐나고 있다.
과연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 ‘큰 바위 얼굴’ 같은 이상적 인간형을 연구한 이들 중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1908~1970)라는 심리학자가 있다. ‘인간욕구 5단계설’로 유명한 그는 인간이 ▲생리적(1단계)▲안전(2단계)▲소속감과 사랑(3단계)▲존중(4단계)욕구의 충족을 거쳐 마지막 5단계에서 자기실현(自己實現・self-actualization)을 통해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도표 참조>
그가 역사상 자기실현을 이룬 대표적 인물로 연구한 사람들은 링컨, 제퍼슨, 슈바이처, 아인슈타인, 간디, 루즈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등이었다.
그러나 매슬로우는 자기실현자들의 특성이 천재적이거나 특출난 자질의 소유자라기보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며,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발휘하는 사람들로서 누구나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공통점을 일부분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정확한 현실지각
자기 주변의 사람이나 세계를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지각한다.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한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본다.
▲자신・타인・자연에 대한 수용
자신의 강점뿐 아니라 약점까지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패한 일에 대해서도 지나친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타인, 상황, 사회의 약점도 수용한다.
▲자발성・단순성・자연스러움
행동이 지극히 개방적이고 솔직하고 자연스럽다. 생각과 이상에 있어 주관이 뚜렷하며 인습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사회적 관심과 독립성
사회적 관심이 높으며, 동정심, 인간미를 가지고 있다. 자주적・독립적인 성격이라 주위 환경과 문화보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더 의존한다. 그렇다고 사회규범에 반대한다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에 따라 행동한다.
▲민주적 성격과 통합력
지극히 관대하여 모든 사람을 받아들이며, 인종적이거나 종교적 혹은 사회적 편견을 갖지 않는다. 그런 유연함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양극단을 통합하여 더 높은 제 3의 합(合)을 이룬다.
과연 우리가 이처럼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진실되며 유연한 수용력을 가진 사람을 선량(善良)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선거 메카니즘에서는 정신적으로 불건강하며, 거짓에 능하고 사회분열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어필되는 실정이다.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 그러나 보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려는 사람, 보다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여러 점을 고려해 옥석 구분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기실현은 120세 시대를 맞아 인류사상 최초로 긴 인생후반기를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 추구해볼 만한 과제다. 각자 자신의 ‘큰 바위 얼굴’을 그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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