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야권비례연합…‘꼼수 위성정당’ 꼬리표 뗄 길은?
5일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단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명분과 실리가 뒤엉킨 선거제의 어려운 매듭을 하나 풀어냈다. 동시에 이 대표는 이날 함께 약속한 “통합형 비례정당”을 둘러싼 ‘꼼수 위성정당’ 논란을 불식하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범야권 전체의 선거를 잡음 없이 이끌어야 하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은 이미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 한다.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여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고 야권 비례연합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에 맞서, 민주당 역시 민주·개혁 진영을 묶는 연합신당을 대항마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4년 전에도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미래한국당’ 창당을 비판하다, 현실론을 들어 뒤이어 비례용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두 위성정당은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36석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의 다원성 강화라는 정치개혁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두고두고 시달렸고, 이재명 대표는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제 유지’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결국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한 것은, 통합형 비례정당 역시 위성정당이라는 지탄을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소수 정치세력의 후보들도 배제되지 않고 상당 정도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과는) 다르다”며, 통합형 비례정당이 준연동형제의 취지를 살리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에선 비례연합정당의 의석수 목표치를 20석 안팎으로 본다.
이보다 더 큰 뇌관은 야권 비례연합정당 협상 과정이다. 현재 구체적인 연합 대상으론 기본소득당을 중심으로 한 새진보연합과 녹색정의당, 진보당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사이의 불신이 깊은데다 지역구 단일화도 수반돼야 하는 만큼 당 대 당 협상은 물론 각 당 내부의 의견 조율도 쉽지 않은 상태다. 시민사회 중재 아래, 지난달 하순까지 ‘예열 작업’ 차원에서 진행된 일부 야당들의 소통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지역구 후보를 어떻게 정리할지, 비례대표 순번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정할지도 문제다. 일대일 협상이 아닌 상황에서 최대 이익을 관철해야 하는 여러 정당이 지분, 비례 순번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마찰을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지난 총선 땐 더불어시민당에서 시민사회 추천 후보와 기본소득당, 시대전환이 앞 순번인 1~10번을 받고 민주당이 11번 이후 후순위를 받아,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민주당과 이 대표가 구상하는 ‘야권 연합정치’는 민주·개혁 진영이 연합신당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통합 공천하고,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중심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확고한 대여 전선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구 후보를 내려는 다른 야당으로선, ‘우리 당으로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다. 시민사회에선 연합신당 참여 정당과 시민사회가 결합한 추진체를 구성하고, 비례대표 공천은 국민참여배심원단 심사로 순번을 결정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연합신당 조율 작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주장하면 신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얼마나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총선 승패도 판가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이 민주 진영에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져야 하고 그게 상식”이라고 말해, 향후 주도권 다툼을 예고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광주/강재구 기자 j9@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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