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에 아시안컵 지각변동
아시아컵 축구에선 중동 모래바람이 거세다.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은 이제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은 7일 요르단과 4강전을 벌인다. 준결승 다른 경기는 이란-카타르 맞대결로 8일 열린다. 트로피 주인은 11일 가려진다.
한국은 4강까지 생존한 유일한 비(非)중동 국가다. 2000년 이후 아시안컵에서 중동 국가들은 많아야 2국 정도 자리를 차지했다. 2011년엔 전멸했다. 그런데 2019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 카타르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4강 중 세 자리를 중동 국가(카타르, 이란, UAE)가 점거하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중동 모래바람이 거세진 이유로는 ‘오일머니’ 투자를 통한 전반적인 실력 향상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1990년대부터 오일머니를 경계했을 정도로 중동 축구 투자는 단기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카타르 국적 모하메드 빈 함맘이 중동인 최초로 2002년 AFC 회장에 올라 2011년까지 자리를 지켰는데, 그는 재임 중이었던 2010년 모국 카타르 월드컵 유치를 이끌었다. 2010년대 들어 사우디, 카타르 등 국가들은 본격적으로 자국 리그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동 국가들은 국제적 영향력, 인프라 등 축구 성장을 일궜다. 자국 자본이 유입된 유럽 명문 구단이 호성적을 내고 유명 선수가 자국 경기장에서 뛰는 걸 본 중동인들은 ‘축구 붐’에 빠졌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자금력 있는 중동 국가들은 ‘바로 옆 나라가 주요 축구 대회를 유치하고 리그 규모를 키우는데, 우리는 왜 안 되겠느냐’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오일머니 여파는 거시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사우디는 난적(難敵) 한국을 이번 토너먼트에서 만나 탈락했지만, 중동 국가들은 사우디 관중의 열광적 응원, 카타르 월드컵·아시안컵 연속 개최 등을 목격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아시안컵은 월드컵보다 조별 리그 통과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토너먼트는 변수가 많아 중동 국가들에 호성적을 낼 수 있는 장이다. 다만 세계 무대서 통하는 유망 선수 육성은 시간이 걸린다. 김대길 위원은 “유명 선수들과 한 리그에서 뛰는 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도 되지만, 자국 리그에서도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이중성이 있다. 중동 국가들이 월드컵서 좋은 성적을 거둘지, (반짝 투자하다 몰락한) 중국 전철을 밟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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