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표 위성정당 카드 국민우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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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준연동형이 "반칙 가능한 불완전한 입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퇴행인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1년 내내 계파 갈등을 빚다 지난 2일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을 무력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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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정당 못 막으면 역사퇴행 반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5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다. 친명 지도부가 요구한 ‘병립형 회귀’를 포기한 것은 공약(다당제를 위한 개혁) 파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또 준연동형이 “반칙 가능한 불완전한 입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퇴행인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여당이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며 국민의힘 탓을 했다. 위성정당은 준연동형 도입 명분인 ‘비례성 강화’를 훼손해 소수 정당 진입을 막는 ‘꼼수’다. 이걸 알면서도 가짜정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명백한 국민 우롱이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1년 내내 계파 갈등을 빚다 지난 2일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준연동형을 유지하자니 이낙연·이준석 신당 돌풍이 걱정되고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니 명분이 없어 갈팡질팡하다 시간만 끈 것이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채워주는 제도다. 양당 체제 완화를 위해 2020년 도입됐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으로 기울던 이 대표는 선거일을 두 달여 남기고 준연동형 유지로 선회했다. 돌고 돌아 4년 전으로 회귀한 셈이다. 그동안 5000만 국민은 이 대표 ‘입’만 바라봤다. 이런 블랙 코미디가 없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금지 공약을 어겼으면서도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의힘을 겨냥해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형용모순이다. 위성정당 창당을 심판하려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니 어떤 국민이 납득할까. 과거 위성정당 비판에 고개 숙이다가 이젠 대놓고 구태를 반복하려는 뻔뻔함에도 기가 차다. ‘도로 위성정당’을 할 거면 선거법 처리 시한까지 넘기며 뜸 들인 이유가 뭔가. 국민의힘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준연동형의 미비점이 있으면 협상을 통해 보완하는 게 순서다. 강 건너 불구경만 하다 야당 실책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건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
민주당은 2020년 정의당과의 짬짜미로 준연동형을 밀어 부쳤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을 무력화시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야 협상은 실종됐다. 그 탓에 유권자들이 손가락질하는 악습 하나 없애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정치가 불신받는다. 거대 양당은 지금이라도 ‘직업·직능·계층 대표를 국회로 보내 다양성을 강화한다’는 비례대표 도입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확대해 비례성을 강화하고 극단적 진영정치를 해소하자는 열망을 짓밟아선 안 된다. 이 대표는 당장 ‘위성정당 금지법’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 그게 원죄를 씻는 길이다. 국민적 염원을 외면한다면 심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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