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식품의 방사능 기준치와 방사능 괴담
“당신이 먹고 있는 음식에 방사능이 들어있습니다.” 식사 중 이런 말을 듣는다면, 상당수 사람은 식사를 포기하고 먹던 음식을 뱉을 것이다. 대부분 먹는 음식만큼은 절대 방사능이 들어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에 상당량의 방사능이 들어있다. 원전 사고 등으로 우리의 먹거리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 아니고 우주가 태초에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하던 칼륨-40이나 탄소-14 같은 자연 방사성 물질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육류 등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에는 자연방사능이 보통 1kg당 100Bq(베크렐) 정도 들어 있다. 훨씬 많이 들어있는 음식도 있다. 콩에는 약 500Bq/kg, 커피 원두에는 900Bq/kg, 다시마 등 해조류에는 1000Bq/kg 이상 들어 있다. 이런 음식을 먹고 사는 우리 몸에도 대략 100Bq/kg 정도 존재한다. 여기서 Bq이란 단위는 방사능의 세기를 나타내며, 방사선의 종류나 에너지에 상관없이 1초에 몇 개의 방사선이 방출되는가를 보여준다.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의 몸에서는 다양한 에너지를 갖는 다양한 종류의 방사선이 매초 7000개 정도 계속 방출되고 있다. 이렇게 방출되는 방사선에 의해 자신이 피폭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피폭시키기도 한다.
방사성 물질은 종류에 따라 방출하는 방사선의 종류나 에너지가 다르며 피폭으로 인한 인체 영향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음식에 많이 들어있는 자연 방사성 물질인 칼륨-40을 백만Bq 섭취했을 때 피폭되는 유효 선량은 6.2mSv(밀리시버트)이다. 여기서 유효 선량이란 방사선의 종류 및 에너지에 따른 영향, 피폭 인체 부위의 중요도에 따른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수치화한 값이다. 같은 양의 삼중수소(H-3), 세슘-137, 우라늄-238, 폴로늄-210을 각각 섭취했을 때 유효 선량, 즉, 인체 영향은 칼륨-40 대비 삼중수소는 약 300분의 1, 세슘-137은 약 2배, 우라늄-238은 약 7배, 폴로늄-210은 약 200배 정도 된다.
지난여름 후쿠시마 원전 내항에서 기준치 180배의 세슘-137이 검출된 우럭이 잡혀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참고로 식품의 세슘-137에 대한 기준치는 100Bq/kg이다. 이런 우럭을 일부러 먹지는 않겠지만, 만약 이런 우럭을 먹었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인은 대부분 ‘먹은 사람은 암에 걸려 죽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학적 해석은 전혀 다르다. 같은 양의 멸치나 전복을 먹었을 때와 유효 선량, 즉,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다. 생선의 내장에는 세슘-137보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100배나 강력한 폴로늄-210이 많이 들어있고 멸치나 전복은 내장째 먹기 때문이다. 멸치나 전복을 먹으면서 방사능 피폭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기준치 180배의 세슘-137이 검출된 우럭을 먹는다고 해서 방사선학적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며, 단지 들어있는 방사능이 자연 상태와는 다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음식에 대한 방사능 기준치는 그 선을 넘으면 바로 위험한 상황을 의미하는 수치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수많은 역학조사를 통해 100mSv 이하의 피폭에서는 암 발생률의 증가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음식에 대한 방사능 기준치는 해당 음식을 비현실적으로 많이 섭취한다고 가정해도 섭취로 인한 유효 선량이 100mSv의 수백 분의 1을 넘지 않도록 정한다. 그렇게 정한 세슘-137에 대한 기준치가 1000Bq/kg이다. 원래 우리나라와 일본도 이 기준을 따랐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기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 기준치를 10분의 1로 낮추어 100Bq/kg이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우럭 논란은 역설적이게도 음식에 대한 방사능 기준치가 얼마나 낮게, 얼마나 안전하게 설정되었는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시중에는 방사능 관련 잘못된 정보가, 때로는 괴담 수준의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베크렐과 시버트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약간의 지식만으로도 잘못된 정보를 거르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