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 전략적 선택인가?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2024. 2.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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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부산이 다시 웅성거리고 있다. 지난해 그토록 애타게 기대했던 2030 세계박람회 유치가 실패로 끝나자 정부와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주창하고 있다. 한순간의 고민이나 망설임도 없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것처럼 부산은 동남권의 거점도시, 아니 남부권의 중추도시를 넘어 일순간에 글로벌 허브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무릇 선택에는 비용과 희생이 따른다. 이를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에서 기회비용을 인생을 살아가는데 잊지 말아야 할 개념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배경과 개념은 무엇인가? 단순히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부산 시민을 달래기 위한 즉흥적 정책, 정치적 구호인가? 아니면 오랜 시간 고민의 결과인가? 우선 글로벌 허브 도시는 미국의 뉴욕, 프랑스의 파리 그리고 아시아의 싱가포르처럼 여러 가지 목적으로 전 세계로부터 사람이 몰려오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떠 오른다. 일자리 주거, 그리고 관광 등의 목적으로 사람들이 부산을 찾을 때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될 것이다. 사실 20여 년 전부터 다수의 부산 시민이 쇠락하는 부산을 보면서 글로벌 허브 도시를 외쳤다. 어디 이뿐인가. 중앙정부도 국가 균형과 지역발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지역의 발전을 강조했다. 이렇게 볼 때 부산의 허브 도시전략은 장기간 고민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 단 한 번의 의견수렴, 또는 정책토론도 없이 부산시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즉흥적인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정책선택의 기회비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크다. 최근 역사에서 가장 큰 정책 실패의 비용은 2008년 미국에서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 통화당국의 금리인상지연으로 발생한 주택가격상승과 서브프라임사태는 전 세계에 엄청한 희생을 초래한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2022년 금리를 매우 급격하게 인상했으며, 최근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를 매우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허브 도시 전략은 선택과 동시에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므로 실행전략을 장기적인 측면에서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산이 또 실패하면, 부산의 몰락과 함께 대한민국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현재의 여건이 너무나 안타깝다. 허브 공항은 없으며, 부산의 경제적 비중도 5% 내외로 초라하다. 어디 이뿐인가? 부산이 자랑하는 미래첨단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미하다. 교육과 의료, 그리고 문화시설로 통칭되는 정주 여건이 서울보다 나은가?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나고,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인천이 10년 내 부산 인구를 추월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드러난 여건으로만 본다면 부산의 허브 도시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가능성은 아예 없는가?

그래서 부산의 도전이 필요하며,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선택에는 엄청난 비용이 따라오듯이 도전에는 강한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며, 동시에 위험이 수반된다. 과거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도전 없는 성공신화는 있을 수 없다. 부산의 무한한 잠재력인 천혜의 자연환경, 가덕신공항과 북극항로의 트라이포트 물류체계, 창원과 울산 등 부산 인근의 첨단산업기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전략을 기반으로 부산은 20년 이상 장기 추진 로드맵을 만들어 내야 한다. 먼저 인근 지자체와 협력체계구축, 수도권과 차별적이고 보완적인 경쟁관계정립, 그리고 타지역을 위한 정책개발 등으로 부산이 동남권의 거점도시, 남부권의 중추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허브 도시 전략이 정치적 구호가 아닌 전략적 선택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법적 토대가 견고한 종합적 추진기구(컨트롤 타워)의 설립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장기추진전략의 수립과 집행, 그리고 흩어진 역량을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청룡의 해에 부산이 선택하고 도전하는 글로벌 허브 도시의 담대한 꿈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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