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17] ‘절규’ 뭉크가 그린 찬란한 태양
1911년, 개교 백주년을 기념해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대강당을 장식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의 거대한 ‘태양’이다. ‘절규’의 화가, 뭉크를 아는 독자라면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해골 같은 얼굴의 남자가 소용돌이치는 핏빛 하늘 아래,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는 그림, ‘절규’를 그린 어두운 화가 뭉크가 과연 이토록 눈부시게 찬란한 태양을 그려 지성의 전당에 걸었단 말인가.
그렇다. 바로 그 뭉크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를 모두 폐결핵에 빼앗기고 아버지의 정서적 학대 속에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며 성장한 뭉크는 미술가로 성공한 다음에도 불안과 우울을 극복하지 못한 채 알코올 중독에 빠져들었다. 광기의 문턱에 섰던 뭉크를 구원한 건 바로 그 자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뭉크는 장기간 치료를 받고 안정을 찾은 뒤 돌아와 ‘태양’을 그렸다. 바위 절벽 너머, 초록 들판 뒤, 파란 대양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자 밝은 원색을 품은 황금빛 햇살이 힘차게 뻗어 나와 온 세상을 둘러싼다. 뭉크는 ‘태양’을 중심으로 모두 11점의 유화를 그렸는데, 주위에는 태초의 인류인양 벌거벗은 남녀가 거리낌 없이 태양을 향해 몸을 뻗는다.
1811년, 덴마크-노르웨이 국왕이 세운 오슬로 대학은 1946년까지 노르웨이 유일의 대학이었다. 그러나 사실 노르웨이는 1814년 스웨덴에 합병됐다가 1905년에 독립해, 뭉크가 ‘태양’을 그릴 당시 신생국이었다. 뭉크의 태양은 다만 화가 자신의 갱생을 나타낼 뿐 아니라, 어둠을 깨는 ‘계몽’의 상징으로서, 건강한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하는 대학에 새로운 나라가 열망하는 밝은 미래가 있다는 걸 보여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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