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한류 팬 내쫓는 ‘K바가지’
태국의 한 매체는 작년 5월 ‘너무 비싼 K팝 콘서트 티켓 가격에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일부 K팝 팬클럽이 태국 소비자보호원에 K팝 콘서트 티켓 가격을 규제해 달라는 민원을 넣었고, ‘주최 측은 K팝 팬들을 이용하지 말라’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태국 내 K팝 콘서트 표 평균가는 5270바트(약 20만7000원).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대비 약 20%, 10년 전에 비해선 60% 가까이 급등했다. 작년 태국을 찾은 한 인기 K팝 아이돌그룹 공연 VIP석 티켓은 무려 1만4800바트(약 58만2000원)였다.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한국에선 약 180만원 수준인 살벌한 가격이다. 게다가 최근 방콕에서 열린 한 K팝 콘서트는 비싼 가격 대비 공연 내용과 음향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K바가지’란 비아냥까지 받았다.
태국은 ‘열성적 한류 이용자’가 유독 많은 나라다. 설문조사를 보면 ‘K콘텐츠 경험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도 82.4%로 매우 높다. 태국 정부 또한 한국의 한류 진흥 정책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중이다. 작년 여름 출범한 세타 타위신 내각은 총리가 위원장,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이자 현 집권당 대표인 패텅탄이 부위원장인 국가소프트파워전략위원회를 만들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해당하는 태국콘텐츠진흥원(THACCA) 설립을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태국의 한류를 돈벌이로만 여기는 일부 업체가 현지에서 부정적 인식을 낳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연구 보고서는 태국 내 한류가 ‘단기 수익 창출형 모델’에 지나치게 편향돼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국책 연구 기관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의 확산은 한국과 태국의 정치·경제·문화적 교류와 인적 교류의 확산 속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부산물”이라고 지적했다. 태국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면 언제든 한류 인기는 하락하리란 의미다.
한류 팬을 화폐 가치로만 치환하는 ‘K바가지’는 당연히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것이다. 한류를 지속시킬 최선의 방법은 한류라는 무대를 함께 키워온 전 세계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그들을 동반자로 존중하는 일이다. 관객 없이는 무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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