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앞둔 스미레, 일본 여류기성전 방어 실패
한국에서의 활동을 앞둔 일본 15세 ‘바둑 요정’ 나카무라 스미레(仲邑菫) 3단의 여류기성 방어전은 실패로 끝났다. 5일 도쿄 일본기원서 벌어진 제27기 여류기성전 도전 3번기 최종 3국서 도전자 우에노 리사(上野梨紗·18) 2단에게 백 불계패, 1대2로 역전당하며 타이틀을 내주었다.
이로써 여류기성을 방어한 뒤 타이틀을 자진 반납하고 한국행에 나서려던 스미레의 계획은 빗나갔다. 스미레 3단은 13세 11개월이던 작년 2월 우에노 아사미(23) 5단을 꺾고 여류기성을 탈취, 일본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아사미 5단은 리사 2단의 친언니다.
종국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미레는 “한국에 가면 내게 응원 보내는 일본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대표로 선발돼 우에노 리사와 둔다는 생각을 해봤느냐”는 질문엔 “우선 대표로 뽑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2019년 10살 때 프로가 된 스미레는 입단 후 국제 메이저대회인 삼성화재배 16강, 센코배 및 여류명인전 준우승 등 눈부신 성적을 작성하던 와중에 “더 강해지기 위해 활동 무대를 한국으로 옮기겠다”고 선언, 양국 바둑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일본 프로기사가 한국으로 이적(移籍)하는 것은 스미레가 처음이다.
스미레는 당초 한국행을 곧바로 결행할 예정이었으나 “여류기성 1차 방어전을 포함해 2월 말까지 잡혀 있는 대국 일정을 소화하고 떠나라”는 일본기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출국 시기를 늦췄다.
여류기성 도전기 이후 2월 중 스미레가 소화할 대국은 모두 세 판. 기성전(8일)과 명인전(12일) 예선 및 여류명인전 본선 리그(19일) 등이 남아 있다. 스미레는 올 들어 치른 7국 중 여류기성 방어전서 우에노 리사에게 당한 2패를 제외하곤 전승(5승)을 기록 중이다.
스미레와 가족은 2월 하순경 한국에 건너와 정착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근처에 이미 거처를 마련했다고 한다. 어머니(나카무라 미유키)는 이곳에 상주하면서 딸 스미레를 돌보고, 프로기사인 아버지(나카무라 신야)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생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야 9단은 지난 1월 초 소속 기원을 도쿄 본원에서 관서총본부로 재이적했으며 2월 초 오사카로 이사할 준비로 바쁘다. 스미레의 중앙무대 진출 후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도쿄로 옮겼던 직장과 거처를 오사카로 환원키로 한 것.
스미레가 한국서 공부할 도장은 한종진 도장으로 결정됐다. 입단 전 한국 유학 시절 여섯 살 때부터 2년간 몸담았던 곳이다. 당시 함께 어울리던 친구 겸 라이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데뷔 무대는 3월 초 개막 예정인 챌린지 리그가 유력하다. 한국바둑리그 2부 격으로 신설되는 챌린지 리그는 유망 신예들 중심으로 16개 팀이 각축하는 대형 무대여서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하며 발전하고 싶다”는 스미레의 목표에 딱 부합한다.
객원기사 신분이지만 거의 모든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지금까지 한국 프로 상대 공식전 합계 성적은 11승 8패다. 최정에게 2패, 김은지에게 3패 중이지만 김채영 김혜민 허서현 등 중견 강자들을 꺾기도 했다.
지난해 용병으로 출전한 한국여자리그에선 7승 2패를 기록했다. ‘원조 스승’ 격인 한종진 9단은 스미레의 한국 무대 전망에 관해 “현재 실력은 여자 10위권”이라며 “3년쯤 기다리면 타이틀 획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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