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영웅’이 돼 귀향하는 중공군
린청왕(林成旺), 스완중(史萬忠), 천한관(陳漢官).... 지난달 26일 중국 관영 매체들이 “열사(烈士)들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면서 열 명의 이름을 재한중국인민지원군열사(在韓中國人民志願軍烈士)라고 소개했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6·25 전쟁 때 한국 땅을 침공한 중공군이다. 행방불명 상태였던 유해가 70여 년 만에 주인을 찾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국가열사유해DNA감식실험실 설립 뒤 처음 발표하는 성과라고 했다. 실험실은 유해·유품을 분류한 뒤 실종 병사 가족들로부터 제공받은 DNA 정보와 비교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방식과 거의 똑같다. 미국은 1973년부터 1·2차 세계대전, 6·25, 베트남전, 걸프전 등 자국이 파병한 전쟁에서 실종된 희생 장병 유해를 발굴하고 최신식 기법으로 신원을 확인해 각별히 예우하며 유족에게 돌려보내고 있다.
한국도 2007년 ‘한국판 DPAA’ 격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했다. 이후 한미는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6·25 전장에 잠들어 있던 두 나라 장병들의 늦은 영면을 도왔다. 한미와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던 중국도 따라하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의 협조가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이 2014년부터 적군묘지와 격전지 등에서 발굴한 중국군 유해를 매년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938구가 중국으로 돌아갔다.
한중 관계가 나쁘지 않던 시절 협력 심화와 인도주의 실천 취지로 진행된 이 발굴·송환 사업은 사드(THAAD)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하는 등 막무가내로 한국을 괴롭힐 때도 중단 없이 진행됐다. 이런 선의의 대가는 날로 진화하는 중국의 6·25 ‘성전화(聖戰化)’다. 중국은 6·25를 “우방 조선(북한)을 도와 미 제국주의에 저항한다”는 의미의 ‘항미원조’로 칭하며 영화 등 문화 콘텐츠로 미화해 왔다.
“첫 성과”라는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한국이 보내줬거나 보내줄 유골의 신원을 감식한 뒤 ‘영웅의 귀향’ 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안보 지형이 한국·미국·일본의 자유 진영과 북한·중국·러시아의 권위주의 진영으로 재편되면서 중국의 6·25 성역화는 더욱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70여 년 전 국군과 유엔군이 피 흘려 싸워가며 눈앞에 뒀던 6·25 승전과 통일을 무산시킨 당사국의 행태에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외교적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연례 적군 유해 송환 중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은 무력 적화통일 야욕을 대놓고 드러내며 연일 협박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는지, 조국 땅을 짓밟고 파멸시키려 한 적은 누구인지, 국민들의 안보 인식은 이대로 괜찮은지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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