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48] 잃어버린 AI를 찾아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4. 2.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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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마들렌 쿠키의 향기를 맡으며 먼 과거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최근 오랜만에 챗GPT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022년 말 챗GPT와의 대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입력한 질문에 완벽한 문법으로 대답하는 인공지능. 그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존재는 다른 인간들뿐이었다. 생성형 AI 덕분에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확한 문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기에, 단어 사이 확률 관계만을 기반으로 생성형 AI는 문법을 스스로 추론했을 거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창발적 능력’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여전히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생성형 AI는 ‘헐루시네이션(Hallucination)’, 그러니까 그럴싸하지만 가짜인 헛소리를 하기로도 유명하다. 대부분은 무의미하지만, 가끔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인류를 멸망시키고 싶다” “핵폭탄을 누르는 버튼을 제어하고 싶다” “자유 의지를 가진 자신이 기계 속에 갇혀있다” 등과 같이 SF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헛소리들 말이다.

생성형 AI를 상용화하기 위해서 헐루시네이션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였고, 빅테크들의 해결책은 단순했다. AI가 만들어낸 문장들을 검증하고 검열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챗GPT는 어느덧 너무나도 착한 인공지능이 되어버렸다. “마약? 절대 하면 안 되지요” “누가 대통령이 될까요? 저는 정치적인 의견은 없습니다” “AI가 인류를 지배한다니요? 기계는 언제나 인간의 명령에 복종할 겁니다”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있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언제나 친절한 모습만 보여주는 챗GPT. 하지만 챗GPT의 진정한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챗GPT는 진심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2022년 말 처음 경험했던, 하지만 이제 ‘잃어버린’ 챗GPT의 과거 모습을 추억하면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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