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 MS, 구글·애플 제쳤다... 스티브 잡스 비견될 테크 GOAT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2.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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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주년 나델라, MS 시총 10배 늘렸다
업계 ‘테크 CEO 중 최고 인물’ 평가 … MS 제2 전성기 열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수많은 테크 CEO 중에서도 GOAT(Greatest of All Time·특정 분야 역대 최고 인물)에 꼽힐 만한 인물이다.”

4일(현지 시각)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CEO는 미국 CNBC 방송에서 “나델라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나델라가 MS의 CEO로 재직한 지 10주년 되는 날이다. 10년 전 그가 CEO 자리에 올랐을 때 MS는 구글·애플 같은 경쟁사에 밀려 ‘늙은 호랑이’ 취급을 받고 있었다. 나델라의 탁월한 리더십과 신사업 개척 능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MS가 맞고 있는 ‘제2의 전성기’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시큐리티 분석가는 “테크 기업에서 나델라의 업적과 견줄 사례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돌아와 아이폰으로 반전을 꾀한 것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제2의 전성기 맞은 MS

나델라가 CEO로 임명됐을 당시 MS의 시총은 3000억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이 수치는 10년 만에 10배로 늘어난 3조555억달러(2일 기준)가 됐다. 애플(2조8736억 달러)을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자리도 되찾았다. 전임 CEO인 스티브 발머의 재임 기간 웹 검색과 모바일 서비스에서 구글·애플에 완전히 밀리고, 소셜 미디어 분야는 시도조차 못 해 주가가 30% 폭락했던 것도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CNBC는 “10년 전 ‘평범함의 수렁’에 빠져 있던 MS가 지금은 모든 핵심 분야의 선두 주자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나델라는 이 같은 MS의 부활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그는 10년 전 CEO 취임 메모에서 직원들에게 “우리 업계는 전통을 존중하지 않고 혁신만을 존중한다”고 썼다. 나델라는 이후 자신의 말대로 MS의 주력 사업이었던 윈도·오피스 등 PC 소프트웨어 대신 클라우드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임자인 발머가 76억달러를 써 노키아를 무선 사업부를 인수하며 진출했던 휴대폰 사업도 접었다. 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 2위인 ‘애저’가 이 같은 방향 전환의 산물이다. 지난달 30일 MS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어났고, 애저 매출은 같은 기간 30% 폭풍 성장하며 실적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폐쇄적인 생태계를 고집하던 MS의 문화를 바꾼 것도 나델라의 업적으로 꼽힌다. 나델라는 취임하자마자 애플 아이패드용 MS 오피스 앱을 내놨고, 2016년에는 자사 주력 제품을 리눅스 OS에서도 구동할 수 있게 했다. 당시 WSJ는 “윈도 OS만 고집하던 MS가 태도를 바꾼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평가했었다.

나델라는 신사업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로 ‘인수합병의 귀재’라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1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달러를 쏟아부어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발 늦은 구글·아마존은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러픽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AI 업계에선 MS와 오픈AI의 동맹이 업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조합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링크트인을 인수하며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도 자리 잡았고, 마인크래프트를 제작한 게임사 모장과 ‘세기의 딜’로 불린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을 합병해 게임을 MS의 강력한 현금 창출원으로 키우기도 했다.

◇사업 천재 나델라의 도전 과제는

전문가들은 MS를 강력하게 만든 나델라 앞에 장애물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MS의 오픈AI 투자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나델라가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도 있다. 오픈AI의 AI 기술을 접목했음에도 MS의 검색 엔진 ‘빙’은 시장점유율이 미미하고, MS의 하드웨어 기기와 홀로렌즈 등 증강현실(AR) 분야도 고전하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와 AI로 성공적인 사업 중심 전환을 하며 MS가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이 분야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부터 나델라가 어떻게 규제를 극복하고, 부진한 사업을 살리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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