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문 다트머스대, 내년부터 다시 SAT 성적 제출 의무화

내부 조사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 결과

미국 뉴햄프셔주(州)에 위치한 다트머스대의 전경.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아이비리그 소속인 다트머스대가 내년 신입생 선발때부터 대학입학자격시험(SAT)과 대학입학학력고사(ACT) 점수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

최근 다른 대학들도 SAT와 ACT 성적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다트머스대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다트머스대는 이날 내년부터 대학 입학 지원자들에게 SAT와 ACT 점수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SAT와 ACT는 한국의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성격으로, 미국 대학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응시하는 시험이다.

그러나 다트머스대는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다른 많은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방역상의 이유를 들어 SAT와 ACT 점수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특히 다트머스대와 하버드대 등 명문 사립 대학들이 SAT 등 시험 점수 대신 자기소개서와 고등학교 성적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다른 대학의 입학 사정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엔 SAT나 ACT가 소득이 높은 가정 출신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작용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자기소개서와 고등학교 성적을 중심으로 한 입학 전형이 SAT 점수가 다른 학생보다 다소 낮더라도 고등학교 성적이 높고 인종이나 경제 측면에서 배려 대상인 수험생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트머스대가 팬데믹 기간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SAT와 ACT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고 학생의 선택에 따라 첨부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제도가 오히려 저소득층 지원자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저소득층 수험생들이 대학 지원 과정에서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자신의 SAT와 ACT 점수가 낮다고 판단한 저소득층 수험생들은 '선택적 제출' 제도에 따라 성적을 첨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만약 해당 수험생들이 시험 성적을 제출했더라면 대학 입학처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수험생으로 판단해 합격시켰을 경우가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1600점이 만점인 SAT를 기준으로 하면 1400점대의 성적을 받은 저소득층 수험생 수백명이 합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 제출을 하지 않아 입학이 거절됐다는 게 다트머스대의 설명이다.

또한 다트머스대 조사에서 이같은 시험 성적은 고등학교 성적이나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보다 수험생들이 대학에서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도 확인됐다고 NYT는 전했다.

시온 바일록 다트머스대 총장은 "다트머스대의 (교육) 목표는 학문적 우수성을 바탕으로 가장 광범위한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시험 점수 제출 의무화 결정이 이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바일록 총장은 "우리는 사회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자신들의 환경에서 뛰어난 학생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다트머스대의 조사와 제도 변경 결정은 향후 다른 미국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조지타운대 등도 SAT 점수 제출을 다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