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깨어있는 자본주의'의 양날의 검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2024. 2. 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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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사회·정치이슈에 적극적 의견을 내고 그에 따른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경영 방식을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 또는 '워크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영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긍정평가와 기업이 올바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지지도 받지만 한편으론 그에 동의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해당 기업의 가치관을 강요하면서 상품·서비스를 강제구매하게 한다는 비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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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미국에선 사회·정치이슈에 적극적 의견을 내고 그에 따른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경영 방식을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 또는 '워크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스 더댓이 언론에서 처음 사용했지만 사실 '워크'(woke)는 '웨이크'(wake)의 과거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아프리카계 영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인종적 편견과 관련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매일 직면하는 편견을 조명하는데 사용된 구어체다.

이런 연원과 달리 최근 이 용어는 미국에서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기업을 부정적으로 공격하는 데 이용되는데 갈수록 경향이 강해진다. 대표적으로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기존 여성의 임신중단권(낙태권)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번복한 후 일부 거대 IT기업이 임신중단(낙태)을 금지하는 주에 거주하는 직원이 다른 주에서 임신중단 시술을 받을 경우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들 기업에 워크 자본주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영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긍정평가와 기업이 올바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지지도 받지만 한편으론 그에 동의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해당 기업의 가치관을 강요하면서 상품·서비스를 강제구매하게 한다는 비난도 이어진다.

또 한 쪽에선 온실가스 배출과 인종, 젠더 등 ESG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기업에 대해 진보적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즉 깨어 있는 척할 뿐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ESG 지지기업 JP모간에 대해 2016년 파리협정이 체결된 이후 6년 동안 화석연료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것은 깨어 있는 척하는 자본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최근 기후대응, ESG, 이사회 다양성 같은 지배구조 관련 화두들이 이러한 워크 자본주의라는 공격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깨어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깨어 있는 것에 공감하는 것은 인식과 행동에 동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깨어 있는 것이 필요하고 긴요한 시대다. 반면 깨어 있는 척한다고 비난받는 것은 실질과 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ESG워싱(washing)이나 이사회·임원 다양성워싱(diversity washing)이 그 예로 ESG나 다양성을 실행하고 실제 영향력을 전파해 성과를 달성하도록 설계하지 않고 외양만 실천하는 것처럼 홍보에 집중하는 가장행위이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선 '깨어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논란이 미국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이러한 논란의 본질은 실질과 형식이 같지 않은 데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고 이들에게 선언한 가치를 실천함에 있어 실질과 형식이 같도록 성실(integrity)의 강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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