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美명문의대 교수는 왜 한 손에 소주병 들고 스타크래프트를 했을까
재활시설 수용 경험이 있는 알코올 중독자가 중독의 속상과 역사를 분석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귀 기울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중독자가 중독 전문 의사라면? 그것도 미국 명문 컬럼비아의대 교수라면?
칼 에릭 피셔의 책 ‘중독의 역사’는 소위 ‘저자빨’로 먹고 들어가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2022년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중독자인 자신의 이야기와 중독에 대한 의학적,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교차시켜
아주 잘 쓴 논픽션 겸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알코올 중독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알코올과 각성제 중독이었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1년간 일했는데
그 시절인 한 손엔 소주병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타크래프트를 했다는 군요.
알코올 중독인 동시에 게임 중독이었던 것이지요.
최초로 중독을 고백한 책인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으로 시작해
미국 사회가 마약, 술, 커피, 각성제 등에 중독된 역사를 짚어가는 이 책에서
저자는 결국 중독이란 자폐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스펙트럼’이라 이야기합니다.
이는 중독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흥미로운 책이지만 읽다 보면 어디까지가 중독자의 자기변명이고, 어디까지가 팩트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중독은 의지박약 아닌 능동적 선택… 회복도 당신에게 달렸다
‘의대 진학을 꿈꾸는 모든 초중고 학생 필독.’
신간 봉투 뜯다가 어느 책 표지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습니다.
생물학 관련 학습 만화인데, ‘과학 만화’가 아니라 ‘교양 의학 만화’라는 설명을 붙여놓았더군요.
대치동 학원가에 초등학생 대상 의대진학반이 유행이라더니,
자녀를 의대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들의 심리를 겨냥해 만든 광고 문구인가 봅니다.
‘의사가 되고 싶은’이 아니라 ‘의대 진학을 꿈꾸는’이라는 표현을 택한 것부터가
수험생용 책으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의도이겠죠.
해외 과학자와 만화가 등이 협업해 쓴 교양서가 한국 사회에 번역돼 소개되면 의대진학용이 되는구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는 사자성어가 생각나 잠깐 웃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책을 살피다 보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욕망이 읽혀 서글플 때가 있습니다.
욕심 없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먄, 그 지향점이 지나치게 세속적인 성공에 맞춰져 있을 때요.
유아들을 위한 그림책은 그렇지 않지만 학령기 이후 아동·청소년 책들을 보면
아이가 현명하고 온화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책보다는
명문대에 보내거나,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직업을 갖게 하자는 목표의 책들이
더 눈에 많이 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는 결국 ‘왜 책을 읽는가’라는 문제의식과 연관돼 있을 겁니다.
독서를 하는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대학에 가기 위한 ‘스펙’을 만들거나
시험에서 몇 문제 더 맞히기 위한 ‘진학용 독서’를 하는 것이
책읽기의 궁극적인 목표로 끝나 버린다면 너무나 슬픈 일이겠죠.
책의 힘은 결국 독자에게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데 있을 텐데요.
‘품성이 훌륭한 어른을 꿈꾸는 모든 초중고 학생 필독’ 같은 문구가 적힌 책을,
언젠가 서점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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