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아시안컵에서도 냄비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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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의 '소울 푸드'(위안 음식)인 국밥은 어딜 가나 한껏 달궈진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뚝배기는 장시간 고온을 유지해 식사를 마칠 때까지도 뜨끈한 국물을 맛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가정집 주방의 필수품인 냄비는 성질이 뚝배기와는 다르다.
무분별한 비난을 받을수록 선수들이 주눅 들고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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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의 ‘소울 푸드’(위안 음식)인 국밥은 어딜 가나 한껏 달궈진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뚝배기는 장시간 고온을 유지해 식사를 마칠 때까지도 뜨끈한 국물을 맛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뜨겁게 타오르는 그것이 누군가에겐 평생 상처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이슈가 터져 ‘타깃’이 되는 순간, 당사자는 여론의 십자포화에 그대로 노출된다.
기자가 맡고 있는 프로 스포츠 분야도 비켜 가지 않는다. 프로 선수들은 때때로 비판을 넘어 과도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국제 대회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64년 만에 우승 도전에 나서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이 무득점에 그치자 그의 SNS는 삽시간에 악플로 뒤덮였다. 건전한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고 조규성의 긴 머리를 문제 삼으며 “연예인병 걸렸냐”는 등 인신공격적 비하가 빗발쳤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패색이 짙은 후반 추가시간에 조규성이 극적인 헤더 동점골을 터뜨리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네티즌들은 참패 직전의 한국 축구를 구한 그에게 “이제 머리 더 길러도 된다”면서 이전의 악플은 그저 웃고 지나갈 이야기로 넘겼다. 조규성에게 지옥과 천국의 맛을 보게 해 준 냄비근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운동선수도 사람이다. 누구나 기복이 있고, 실수를 한다. 또 거센 비난에 상처를 받고 무너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특히 인기가 많거나 주목받는 운동선수라면 ‘감당해야 할 숙명’이라고도 하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수의 SNS 계정에 악플이 달릴 경우 대신 고발해 주는 서비스를 시행한 적 있다. 월드컵 무대에서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무분별한 비난을 받을수록 선수들이 주눅 들고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정 선수와 지도자, 팀의 경기력에 대한 불만을 끔찍한 악플로 해소하지 말았으면 한다. 마치 저주를 퍼붓는 듯한 비난보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과 비판을 한다면 선수와 지도자에게도 힘이 되지 않을까. 이런 문화가 스포츠를 넘어 확산한다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보다 증오와 혐오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도 숨 쉴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장한서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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