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꽃잎 세탁소
2024. 2. 5. 23: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꽃양귀비와 개망초를 검색하자, 겨우내 잊고 지낸 싱그러움이 무더기무더기 피어난다.
꽃을 기웃거리는 청개구리며 나비며 모두 자연의 일원.
이 시는 내가 모르는 체했던, 몰라도 그만이라 여겼던 중요한 것들을 포착하고 있다.
꽃의 주름을 펴는 청개구리의 목울대, 꽃술을 빨아대는 나비의 입 같은 것.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해자
꽃양귀비 붉은 꽃잎 위에 청개구리가 엎드려 있어서 나도 납작 엎드려 뭐 하나 들여다봤더니, 제 목울대로 꽃의 주름을 펴는 게 아닌가, 그 호박씨만 한 것이 앞발 뒷발로 붉은 천 꽉 부여잡고 꽈리 풍선 불어가며 다림질하는 동안 내 마음도 꽃수건처럼 펴지고 있었다
개망초 하얀 꽃잎 위에 나비가 날개를 접고 있어서 나도 땅두릅 그늘 아래서 올려다봤더니, 계란 노른자 같은 꽃술을 빨아대는 게 아닌가, 그 상추씨만 한 입으로 꽃잎을 빠는 동안 하얀 베갯잇 같은 구름이 간지러운 듯 몸을 뒤틀었다 하늘이 갓 세수한 듯 말개지고 있었다
개망초 하얀 꽃잎 위에 나비가 날개를 접고 있어서 나도 땅두릅 그늘 아래서 올려다봤더니, 계란 노른자 같은 꽃술을 빨아대는 게 아닌가, 그 상추씨만 한 입으로 꽃잎을 빠는 동안 하얀 베갯잇 같은 구름이 간지러운 듯 몸을 뒤틀었다 하늘이 갓 세수한 듯 말개지고 있었다
꽃양귀비와 개망초를 검색하자, 겨우내 잊고 지낸 싱그러움이 무더기무더기 피어난다. 무수한 이미지들 틈에 따사한 햇살이 스민다. 그러나 이런 건 가짜에 지나지 않겠지. 진짜는 인터넷 화면이 아니라 저 바깥에, 울창한 자연에 있음을 안다. 꽃을 기웃거리는 청개구리며 나비며 모두 자연의 일원. 나 또한 다르지 않을 텐데…. 이 당연한 사실을 아주 오랫동안 모르는 체 산 것 같다.
이 시는 내가 모르는 체했던, 몰라도 그만이라 여겼던 중요한 것들을 포착하고 있다. 꽃의 주름을 펴는 청개구리의 목울대, 꽃술을 빨아대는 나비의 입 같은 것. 그 호박씨만 한, 혹은 상추씨만 한 것. 나를 닮은 것. 그런 걸 보기 위해서는 시인과 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 “청개구리가 엎드려 있어서 나도 납작 엎드려” 보았다는 시인처럼 가까이 더 가까이, 낮게 더 낮게. 그래야만 들 수 있는 풍경, 마음의 환한 세탁소.
박소란 시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