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너는, 너야’[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열 여섯번째 그림책은 ‘너는, 너야?’(크리스티앙 볼츠 그림책 / 김시아 옮김 / 바람의 아이들)다.
‘한 생명이 태어나면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마르셀 푸르스트가 쓴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누군가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내게 물었을 때 이 문장을 대신하면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나는 열한 살 아들로부터 ‘나는 누구이고,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이가 할 만한 질문인가?’ 하며 당황해했지만, 그 질문은 나에게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생각했다.
“엄마도 그 답을 찾고 있단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면서 각자 자신의 세계가 열린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주어진 나의 세계를 탐구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산다는 것 아닐까?”라고 마르셀 푸르스트의 문장을 응용해서 대답해 보았다. 나는 아들에게 적당한 대답이 됐는지 힐끗 쳐다보았는데, 아들은 고개는 끄덕였지만, 궁금증이 해소된 표정은 아닌 것 같았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자신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볼츠의 그림책 ‘너는, 너야?’는 3세 이상의 아이부터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대답이 단순하게 보이지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아들이 나에게 던진 질문으로 나의 존재를 바라보는 계기가 됐던 것과 같다.
‘이 작가는 분명 존재의 물음에 대한 다소 무겁게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그림 작업을 할 때는 정말 재미있었을 거야.’
내가 그림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작가는 철사를 구부려서 사람의 형태를 만들고, 헝겊·단추·털뭉치·병뚜껑·구슬 등등의 각종 오브제들을 붙여서 재미있는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등장하는 인물·동물·사물 등의 표현이 너무나 익살스럽고 섬세해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나는 이렇게 여러 사물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표현방식은 자신의 존재를 묻는 질문의 대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나’라는 존재는 다양한 오브제가 어우러진 콜라주 작업처럼 타자들과의 수많은 요소와 관계로 이루어졌고, 또한 ‘나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가라는 의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처럼, 책 속의 아이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자신과 맞지 않는 친구에게 ‘도대체 아무것도 모르는 이상한 애야!’라고 하고, 강아지를 보고는 ‘넌 가장 변함없는 친구지!’라고 한다. 거미나 쥐를 발견하고는 ‘끔찍해!’ ‘무서워!’라고 하기도 하지만, 개미를 보고는 정말 힘도 세고 엄청난 녀석이라고 한다. 아이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이 모든 감정의 표현은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느끼는 진실한 행동들이다. 그러한 것들이 이 아이의 고유한 세상을 만든다. 그런데 이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과 나의 관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도 내가 보고 느끼는 대로 세상을 보고 판단해서다. 따라서 다른 관점으로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한층 더 성장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아이는 결국 엄마에게 가서 묻는다.
“나는 정말로 누구예요?”
엄마의 답이 명답이다.
“너는 너지, 나의 소중한 딸! 너는 좋은 점과 나쁜 점도 있지만, 이 세상에서 단 한 명이란다! 엄마는 그런 너를 정말 정말 사랑해!”
그림책 ‘너는, 너야?’는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기 위한 질문을 미루지 말라고 일러 준다. 그리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일깨워 주는 고마운 책이다. 나는 나의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다시 보고, 만들어 갈 서로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천지수(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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