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까지 "실망스럽다"…메시 '노쇼 사태' 커진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홍콩 팬들을 끌어모은 리오넬 메시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노쇼' 사태를 일으킨 것에 대해 홍콩 정부도 유감을 표명했다.
홍콩 당국은 5일 성명서를 내고 "메시의 결장에 팬들과 정부의 실망이 크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친선전 주최사인 태틀러 아시아에 대해 자금 지원을 삭감한다고 덧붙였다.
메시는 4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프리미어리그 올스타 팀과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메시를 보기 위해 몰린 홍콩 팬들이 4만 석 홍콩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지만 메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벤치에 앉아있을 뿐 출전하지 않았다.
메시가 뛰지 않은 이유는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전날 공개 훈련에서 스트레칭으로 출전 가능성을 밝혔지만 인터 마이애미 벤치는 메시가 뛸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인터 마이애미는 주최 측과 계약하면서 메시가 45분 뛰는 의무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시가 뛸 수 없다'는 통보를 불과 경기 시작 15분을 남겨두고 전했다.
이를 모르는 4만 홍콩 관중은 벤치에 앉아 있는 메시가 언제 나오는지 기다릴뿐이었다. 메시가 벤치에 앉아 있는 채로 시간이 흐르면서 팬들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경기 종료가 다가온 시점에는 "환불, 환불, 환불"이 연호됐고, 메시를 향해 잠깐이라도 뛰어달라는 소리까지 들렸다. 경기가 끝났을 때에도 메시는 벤치에 있었다. 데이비드 베컴 구단주가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으나 홍콩 팬들은 베컴 구단주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나 메시는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데이비드 베컴 구단주가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지만 홍콩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팬들은 베컴에게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한 채 거센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AFP 통신은 "약 4만 명의 팬들은 후반전 중반 이후로도 메시가 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메시 나와!"를 연호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전 공지없이 결장한 건 메시뿐만이 아니다. 루이스 수아레스도 무릎 부상을 이유로 벤치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수아레스는 사전 기자회견에 타타 마르티노 감독과 동석해 꼭 경기에 출전하는 것처럼 보여준 부분도 뭇매를 맞고 있다. 더불어 조르디 알바와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후반에야 들어가 잠깐 경기를 뛰었다. 메시를 비롯해 과거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인기 스타이기에 이들을 보려고 경기장을 방문했던 홍콩 팬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메시의 열성팬은 'CNN'을 통해 "메시의 결장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적어도 5분은 출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럴줄 알았다면 우리는 이런 티켓 가격을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홍콩에서 메시를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모두가 흥분했다. 그런데 토요일 훈련도 시간이 짧고 보여준 게 별 것 없었다. 오늘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이 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 마이애미의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많은 팬이 실망했다는 걸 알지만,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게 할까 했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시를 기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매우 늦게 내려졌다. 클럽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출전시키지 않았다"며 "메시와 수아레스의 부재에 팬들이 보여준 반응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의료진과 상의하고 내린 결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메시는 허벅지 내전근에 염증이 있다.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며칠째 악화되고 있다. 수아레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기 도중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르티노 감독은 "의료팀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우리는 다가오는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일정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메시를 뛰게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어제 막바지 훈련을 했고, 경기 당일 아침까지 살폈다. 오후가 되어서야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라고 했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은 메시의 출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고가의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가장 저렴한 좌석이 880 홍콩달러(약 15만 원)였고, 최고가는 4,880 홍콩달러(약 83만 원)에 달했다. 그마저도 지난해 12월 티켓 판매가 오픈되고 1시간에 매진돼 메시를 향한 뜨거운 인기를 잘 보여줬다. 한 팬은 "메시가 뛰지 않는 경기는 80홍콩달러(약 1만3천원)짜리 일반적인 홍콩 축구 리그 경기랑 다를 게 없다. 이번 친선전 티켓값은 5,000홍콩달러(약 85만 원)였다"라고 분노했다.
메시와 경쟁하려던 홍콩 올스타 선수들도 아쉬움이 크다. 훙파이는 "메시와 경기하지 못해 실망스럽다. 개인적으로 메시가 홍콩에 자주 방문하지 않기에 이번 기회가 아쉽게 느껴진다"면서 "그래도 꽉 찬 경기장에서 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라고 했다.
홍콩 정부는 이번 친선 경기를 이례적으로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1500만 홍콩달러(약 25억원)를 주최사인 태틀러 아시아에 지원할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경기장 사용 보조금으로도 100만 홍콩달러(약 1억7000만원을 냈다.
홍콩 정부는 "행사 주최자는 메시 결장에 대해 팬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정부와 팬들은 행사 주최 측에 상당히 실망했다"며 "스포츠이벤트위원회는 메시가 뛰지 않은 만큼 행사 추최 측의 후원금 공제와 관련해서도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태틀러 아시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 홍콩 입법의원도 "메시가 출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팬들과 교감도 없었다.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는 홍콩인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태틀러 아시아는 "사전에 연락받지 못했다"고 억울해했다.
메시의 이번 노쇼는 지난 2019년 서울에서 있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호날두는 유벤투스와 함께 방한해 K리그 올스타와 친선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유벤투스를 초청한 대행사는 호날두가 45분 이상 뛸 것이라고 홍보했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5천석이 매진될 만큼 많은 팬이 몰렸다.
호날두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벤치에서 출발했다. 언젠가 교체 투입돼 현란한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많은 팬들이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호날두는 투입되지 않았다. 팬들은 호날두 이름을 호명하며 짧게라도 출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팔짱만 낀 채 무시했다. 끝내 1분도 뛰지 않은 호날두는 사과나 양해 한번 구하지 않았다. 노쇼에 화가난 국내 팬들이 메시 이름을 연호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하기까지 했다.
특히 호날두는 경기에 앞서 서울의 한 호텔에서 팬미팅 및 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당시 호날두는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일방적으로 불참 의사를 전했다. 대신 잔루이지 부폰과 마티아스 더 리흐트,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이 급히 팬미팅에 참석했다.
경기에 나서지 않은 호날두는 유럽 복귀 후 곧바로 SNS를 통해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유벤투스 측은 호날두의 경기 불참에 대한 이유를 부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건강히 운동하는 호날두의 영상이 공개되자, 이 사실마저 거짓으로 판명이 됐다. 엄청난 스타성으로 많은 국내 팬을 보유했던 호날두의 민심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메시의 노쇼는 일본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인터 마이애미는 오는 7일 비셀 고베와 친선전이 예정되어 있다. 알 나스르전 8분 출전과 홍콩에서의 결장을 보면 메시는 비셀 고베전도 경기할 몸 상태가 아닐 수 있다.
축구 전문 외신 '올풋볼'은 "인터 마이애미와 비셀 고베의 친선전을 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경기가 애플 TV의 MLS 시즌 패스 일정에서 제거됐다. 개최가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메시 출전을 두고 계약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을 게 분명해 취소 가닥을 잡았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일본의 생각은 또 달랐다. '닛칸 스포츠'는 "메시가 홍콩에서 결장해 야유를 들었다. 이틀 뒤 비셀 고베와 맞붙을 예정인데 부상을 당한 메시와 수아레스는 경기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예측을 했다.
인터 마이애미가 일본행을 거두지 않았다. 이들은 구단 공식채널에 다음 경기를 고지하며 일장기와 비행기 이모티콘을 달았다. 예정대로 일본 투어를 진행할 것으로 보여 메시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만약 일본에서 메시가 조금이라도 뛴다면 홍콩 내 메시 안티 분위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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