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부켈레’ 인기로 헌법 눌렀다

최서은 기자 2024. 2. 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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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부부가 4일(현지시간) 산살바도르 투표소에서 대선 투표를 한 뒤 잉크가 묻은 약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갱단과 전쟁’에 여론 지지
대선 득표율 80%↑ 압승
헌법상 ‘연임 금지’에도
친여 인물로 채운 대법원
유권해석 재출마 길 터줘
“독재국가행 우려 나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헌법상 연임 금지라는 조항에도 높은 인기에 힘입어 재선에 성공했지만, 엘살바도르가 독재국가로 갈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국민의 1%를 잡아가둔 그의 인권침해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투표 종료 약 2시간 뒤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 당에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저는) 대선에서 85%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밝혔다. 최고선거재판소(TSE)의 초반 개표 결과 부켈레 대통령은 약 83%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TSE나 미주기구(OAS) 선거감시단은 그의 승리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여당인 ‘새로운 생각(NI)’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부켈레 대통령은 “총선에서도 60석 중 최소 58석을 차지했다”면서 “엘살바도르 민주주의하에서 (사실상) 단일 정당 체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부켈레의 승리는 예견된 결과였다. 대선에 5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그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켈레 대통령의 경쟁자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2019년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 제3당 후보로 출마한 부켈레 대통령은 30년 양당 체제를 깨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계에서 살인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였던 엘살바도르에서 그는 강력한 ‘갱단과의 전쟁’을 추진하며 임기 내내 지지율 80% 이상의 높은 인기를 끌어왔다. 실제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5.2건이던 살인 건수는 지난해 2.4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교도소를 짓고, 대규모 단속과 고문·구타·대량 구금 등 각종 인권침해 논란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2022년 3월 갱단과의 전쟁 시작 후 630만여명 중 7만5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약 1%, 성인의 2%가량이 구금된 셈인데, 인권단체인 ‘크리스토살’은 이들 중 실제 갱단과 연관된 사람은 30%로 추산한다.

부켈레 대통령은 연임 금지 조항을 깨고 재선에 도전해 엘살바도르가 독재국가로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2021년 총선에서 승리하자 대법관들을 친여 성향 인물들로 교체했고, 이후 대법원이 헌법 조항을 우회하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재선 도전 길이 열렸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자 그는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독재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선거 결과를 두고 “많은 유권자들이 갱단의 폭력을 막기 위해서라면 민주주의의 일부 요소를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연구원인 타일러 마티아스는 부켈레 대통령이 구가하고 있는 높은 인기에 “이것이 늘어나는 폭력의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본 원칙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런 개념이 실패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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