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자 최남단 라파 집중 공세”…갈 곳 없는 피란민 100만여명 ‘절망’
이스라엘군이 이집트 국경과 접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해서도 대규모 공세를 예고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에 따라 북부에서 중부로, 중부에서 남부로 거듭 밀려났던 피란민들은 더 이상 대피할 곳조차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4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하마스의 24개 전투대대 중 17개 대대를 해체시켰다”며 “(파괴되지 않은) 나머지 대대는 이집트 접경 라파와 남쪽 지역에 있으며, 우리는 곧 그들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하마스를 격퇴했다며 곧 라파에서 작전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피란민 100만명 이상이 몰려 있는 라파에서 공격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 최소 17명이 숨졌고, 그 이튿날에도 임시 피란민 시설로 쓰이고 있는 유치원과 차량 등이 공격당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문제는 라파가 피란민들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현재 유엔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이 라파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해 라파의 임시 천막에서 피란민 최소 125만명이 생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파의 전쟁 전 인구는 25만명이었다.
국제사회도 라파에서의 대규모 지상전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히샴 마나 대변인은 “군사작전이 라파까지 확대된다면 피란민 대다수가 갈 곳이 전혀 없게 될 것이란 우려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을 시작하면 현재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이집트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집트 정부는 피란민들이 국경을 넘어선 안 된다며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120여일간 라파 국경은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일부 중환자를 제외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피란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집트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한다면 이집트와의 갈등과 그에 따른 피란민들의 희생도 커질 수 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라파 지역 ‘지상 청소’에 앞서 이집트와 협력해 피란민들을 북쪽으로 이동시킬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부분적으로 철수한 북부 지역에서도 최근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교전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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