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340억원 사기…홍콩 ‘딥페이크’ 충격

박용하 기자 2024. 2. 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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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영상통화 송금 지시
음성 등 AI가 만든 가짜

홍콩의 한 금융사 직원이 딥페이크(AI로 가짜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로 만들어진 가짜 화상회의에 속아 2억홍콩달러(약 342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사기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 당국은 지난 2일 브리핑을 열고 한 다국적 금융그룹의 홍콩지부 직원이 딥페이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건을 소개했다.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직원은 최근 영국에 있는 본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거액의 돈을 비밀리에 송금할 것을 요구하는 e메일을 받았다. 처음엔 피싱 메일로 의심했으나, CFO는 물론 자신이 아는 동료들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도 같은 지시를 하자 의심을 접고 돈을 보냈다. 하지만 나중에 본사에 확인한 결과 화상회의를 비롯한 모든 게 사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기꾼 일당이 CFO와 회의에 참석한 모든 직원의 얼굴을 딥페이크로 재현해 해당 직원을 속인 것이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한 사기단이 지난해 7~9월 분실 신분증 8개를 도용해 만든 딥페이크 이미지로 은행 대출 90건을 받고 계좌 54개를 만들다 최근 적발되는 등 홍콩에서 최근까지 적발된 딥페이크 사기 사건은 최소 20건에 달한다.

CNN은 딥페이크 기술이 금융 사기를 비롯해 선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각종 분야에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 사진이 합성된 성착취 이미지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올해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당원들에게 경선 투표 거부를 독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짜 목소리 전화가 확산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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