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의원 개인 위한 재판 검토 지시 ‘직권남용’…정치적 중립 어겨”
임 전 차장에만 적용된 혐의
이번 재판부서 첫 판단 나와
행정처 맡긴 ‘양형·전망’ 검토
상고법원 설득 방안 분석엔
“사법행정 담당, 가능한 업무”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김현순·조승우·방윤섭)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5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법원행정처 하급자에게 국회의원 사건을 검토시킨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국회의원 사건 검토와 재판 개입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혐의에는 없고 임 전 차장에게만 적용된 것으로, 이번 재판부가 처음 판단했다.
검찰이 임 전 차장 공소사실에서 법원행정처의 사건 검토와 재판 개입으로 언급한 당시 현역 국회의원은 홍일표·유동수·서영교·이군현·노철래·전병헌 의원이다. 3명은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3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홍일표·유동수 의원 건은 유죄, 나머지 의원들 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에게 홍일표 의원이 피의자인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검토시킨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홍 의원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예상 형량을 분석하고 홍 의원의 방어 방법으로 ‘입금된 자금의 흐름을 명백히 하고 기부자의 2차 진술을 탄핵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동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임 전 차장이 양형의 적정성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것도 직권남용 유죄가 인정됐다. 문건에는 “벌금 300만원은 양형 기준 및 유사 사안 등에 비추어 형량이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선거운동 관련 금품 제공의 점이 무죄로 인정되더라도 100만원 미만의 형을 선고하기에 부담이 되는 사안” 등 내용이 적혔다. 재판부는 두 건에 대해 “(이 같은 검토 지시는) 국회의원 개인을 위한 것이고, 검토 내용이 수사 중인 사건과 형사재판이 진행되던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라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법관윤리강령에도 반하는 것으로 (행정처 하급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이러한 검토는 사법부의 독립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해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검찰은 서영교 의원의 요청을 받고 서 의원 지인 아들의 강제추행 미수 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에 연락해 변론을 재개해달라고 한 혐의로도 임 전 차장을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권의 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등 여러 피고인 판결에서 재판 개입에 대한 무죄 근거로 활용된 ‘권한 없이 남용 없다’ 논리가 국회의원 재판 개입 건에서도 활용된 것이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하급자에게 이군현·노철래·전병헌 의원 관련 재판의 선고 전망과 양형 적정성을 분석시키고, 해당 재판을 매개로 상고법원 찬성을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가 검토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던 피고인(임 전 차장) 입장에서 (이런 검토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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