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턴 이재용 회장, 이젠 경영능력 시험대

김상범 기자 2024. 2. 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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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절제된 행보’ 탈피
대규모 투자·M&A 등 주목
3월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한 직원이 들어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이 5일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경영 활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온 ‘총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됐다. 이 회장이 2022년 취임 이후 줄곧 유지해온 절제된 행보에서 벗어나 ‘빅딜’ 등 과감한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2년 10월 그룹 총수가 된 이 회장의 지난 1년여간 활동은 ‘저자세’로 요약된다. 2014년 부친 이건희 선대회장(2020년 작고)의 급성 심근경색 후 경영 일선에 나선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및 이번 부당합병 재판 등으로 법원·구치소를 수차례 드나들면서 ‘몸을 사리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사이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에 밀리며 숱한 과제를 맞닥뜨렸다. 지난 수십년간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반도체조차 2위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줄거나, 심지어 역전됐다. 인공지능(AI) 가속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에서는 적기를 놓치고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내걸며 야심 차게 준비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는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적자에 빠져 있다. 반도체 매출액에서도 인텔에 1위를 내줬다. 스마트폰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서 13년 만에 애플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주요 투자 및 경영적 결단도 미루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삼성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은 2017년 이 회장이 진두지휘한 전장·오디오 업체 ‘하만’ 인수 이후 멈춰 있다시피 하다.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만간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앞서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자 삼성은 6개월 뒤 180조원에 달하는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년 뒤인 2021년 재수감됐다가 가석방된 뒤에는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뉴 삼성’ 청사진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에도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한 바 없다. 이 회장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나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가 만료, 지금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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