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건 '노치원' 주민 반대에 난항…저소득층이 이용해서?
[앵커]
고령화 시대, 노인들의 쉼터로 흔히 '노치원'이라 부르는 노인돌봄센터가 인기인데 더 늘리려 해도 주민들 반대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재건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 호소문까지 붙었습니다.
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6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입니다.
재건축 조건으로 노인 주간 돌봄 센터, 이른바' 노치원'이 들어설 것이란 소식에 주민들은 술렁입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 거의 반대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한 때 일부 소유주들이 아파트 공동 현관마다 '호소문'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밤마다 구급차가 출동하고, 경찰이 수시로 오갈 것이다" "주변 동네의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할 것이다" 700여 명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 얘기했다는 반대 이유입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 아파트 밑에, 그것도 60층 제일 좋은 건물 밑에 들어오는 게 말이 되냐고요. 아파트 주위에 들어오는 것도 난리 치는 판인데요.]
서울시는 이미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라 바꾸려면 심의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상당수 주민들이 재건축이 늦어져도 좋으니 '노치원' 대신 문화센터를 짓는 걸로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합니다.
이런 갈등은 낯설지 않습니다.
수 년 전 송파구, 서대문구 등에서도 주민 반대에 설립이 무산되거나 지어 놓고도 오랜 기간 문을 못 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운영을 시작하면 대기자가 수십명씩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서울시 내 주간 노인 보호센터는 총 468곳, 1만 4000여명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7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앵커]
노치원을 둘러싼 갈등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노치원을 주로 저소득층이 이용한다거나, 노치원 때문에 야간에 구급차가 수시로 오가게 될거라는 게 주민들 주장인데, 이게 맞는 얘기인지 계속해서 신진 기자가 짚어드립니다.
[기자]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 솔직히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지 않을까. 그러면 여기 있는 주민들은 사실 쓸 수가 없어요.]
소득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노인성 질환이나 치매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다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에는 장기요양보험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든 적든 누구나 병원에 가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안녕하세요. 천천히, 천천히 내려오세요. 어르신.]
센터에서 아침마다 데리러 와 오후에는 귀가시킵니다.
간호사가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무료하지 않게 다양한 일정이 이어집니다.
[노인주간돌봄센터 이용자 : 오후에 꼭 한 시간에 미술 그리는 게 난 좋더라고. 집에 있는 것보다 재미있지.]
친구를 만들고, 고민 상담도 합니다.
[서울대학교까지 보내고. 얼마나 잘하셨어요. {고맙습니다.}/이 얘기 많이 해주세요. 따님한테. 우리 딸 사랑한다고요.]
말 그대로 '노인들의 유치원'입니다.
우리 동네, 내 아파트에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집값이겠지만 달리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내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합니다.
[정경일/강동실버케어센터장 : 초고령사회에서는 데이케어센터나 장기요양 시설이 있는 곳으로 집을 찾는 경향이 앞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기피 시설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영상디자인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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