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노쇼’ 후 사과·해명 요구도 묵살… “홍콩을 모욕했다” [뉴스+]

티켓값 83만원짜리 홍콩 친선경기서 ‘결장’
전 세계 팬 4만명 운집…기대→실망→분노
정부·의회 “지원금 삭감, 환불 등 조항 검토”
구단 측 “실망 이해하지만, 부상 악화할까 봐”

‘축구의 신, 발롱도르 최다 수상자 갓메시가 온다!’

지난해 말, 리오넬 메시가 속한 미국 메이저리크싸커(MLS)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프로축구 올스타팀 간 친선경기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은 흥분에 휩싸였다. 

홍콩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근 세계적인 스타 모시기에 나섰는데, 이번 경기 역시 그 일환이었다. 홍콩 정부는 이번 경기를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주최 측인 태틀러 아시아에 1500만 홍콩달러(약 25억7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의 공격수로 뛰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프로축구 올스타팀과 친선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 이날 메시의 경기 모습을 보러온 많은 홍콩 팬은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야유를 퍼부었다. 홍콩=AFP연합뉴스

경기 티켓은 지난해 12월 클룩(Klook) 사이트에서 880∼4880홍콩달러(약 15만∼83만원)에 판매됐으며 오픈 1시간 만에 매진됐다. 74∼780홍콩달러에 판매된 인터 마이애미의 공개 연습 티켓도 매진됐다.

메시가 도착하기 전부터 홍콩은 이미 메시 열기로 가득했다. 도심 대형 스크린과 항구를 지나는 배에까지 메시의 아디다스 광고 캠페인으로 도배됐다. 인터 마이애미의 탈의실을 본뜬 팝업스토어가 열려 메시의 등 번호 10번 유니폼과 각종 굿즈를 판매하기도 했다.

경기 당일인 지난 4일 저녁, 홍콩스타디움에는 홍콩 현지는 물론 중국 본토와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메시의 경기를 보기 위해 4만명의 팬이 모였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인터 마이애미가 홍콩 대표팀을 4대 1로 가볍게 이기는 동안 메시는 벤치를 지켰다. 경기가 후반전에서 막바지를 향해 가자 관중들은 “우리는 메시를 원한다”(we want Messi)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도록 메시와 또 다른 스타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는 출전하지 않았다.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경기 후 이어진 인터 마이애미 공동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의 감사 연설은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베컴은 “믿을 수 없는 환영에 우리 구단을 대표해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면서 “저는 항상 홍콩을 사랑하며 언젠가 다시 돌아와 여러분을 더 즐겁게 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시의 결장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프로축구 올스타팀의 친선 경기를 보러 홍콩 스타디움을 찾은 축구 팬들이 리오넬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팬들은 격분하며 환불을 요구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한 관중은 “나는 메시를 보기 위해 10년을 기다렸다. 그가 곧 은퇴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이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중은 “그는 슈퍼모델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가 앉아있는 것을 보기 위해 큰돈을 지불한 줄 아느냐”며 비판했다.

메시의 ‘노쇼’ 논란은 다음날 전 세계 언론을 장식했다. 특히 홍콩 언론은 홍콩 정부를 무시하고 홍콩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안긴 인터 마이애미의 대응을 전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메시의 결장은 예고되지 않은 것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경기를 참관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메시의 출전을 확신했다”며 “홍콩 정부는 경기 당일 아침에도 메시가 주장으로서 경기를 뛸 것이라 얘기 들었고, 관리들이 경기 직전 출전 명단에 메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을 때조차 어떠한 계획 변경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경기 종료 10분 전 메시의 결장을 알게 된 케빈 융 홍콩 문화체육여유국 장관이 “최소한 메시가 직접 그라운드로 나와 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팀을 대표해 트로피를 받아달라”고 요구했으나 인터 마이애미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SCMP는 “이에 인터 마이애미의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이 해명과 사과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마저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 축구 대표팀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의 친선 축구 경기가 열리는 홍콩 스타디움에 세워졌던 리오넬 메시의 광고판이 찢겨 있다. 홍콩=AP뉴시스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불쾌함을 토로했다. 한 네티즌은 주최 측의 ‘메시의 결장에 실망했다’는 성명에 “이것은 단지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홍콩 전체에 대한 굴욕”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4일 자정쯤 성명을 내고 “메시의 결장과 관련해 축구 팬들을 비롯해 정부는 주최 측의 조치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며 “당국은 주최측에 대한 지원금 삭감 가능성 등 계약 조항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더스탠더드는 소식통을 인용해 “주최 측과 인터 마이애미 간 계약에 메시가 부상하지 않는 한 이번 경기에서 최소 45분을 뛰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의회 의원들도 주최 측이 팬들에게 티켓 가격의 절반을 환불해야 하고 정부 지원금도 일정 부분 토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티켓 환불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메시는 최근 부상에서 회복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인터 마이애미의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메시와 수아레스의 부재에 대한 팬들의 실망을 이해한다”며 “사과하겠지만, 이는 의료진과 함께 내린 결정이다. 조금이라도 경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겠으나 너무 많은 위험이 따랐다”고 해명했다.

인터 마이애미는 7일 도쿄에서 비셀 고베와 친선경기를 가진다. 경기가 그대로 진행되어도 메시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