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반면교사?…윤 대통령·한동훈, 앞다퉈 “공정 공천”
대통령실이 5일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 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대통령실 의중을 따른 게 아니란 취지로 말했다.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으로 해석될 여지를 미리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여당 우세 지역에 지원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힌다”면서 이같이 알렸다. 국민의힘이 전날 공개한 총선 지역구 공천 신청자 849명 명단을 보면 대통령실 참모 출신 공천 신청자 38명 중 비서관급 이상은 13명이며, 이 중 9명이 서울 강남·영남 등 국민의힘이 현역인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특히 서울 강남을은 해당 지역구 현역인 4선 박진 의원과 검사 출신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맞붙게 돼 주목받았다.
윤 대통령은 서울 강남을에 박 의원과 이 전 비서관이 나란히 공천을 신청한 것 등을 두고 참모들에게 문제의식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과 가깝게 일한 분들은 격전지에서 고군분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관여할 수는 없다)”면서 “공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고, (윤 대통령과 가깝게 일한 분들에 대한) 특혜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표출하면서 강남을 지역구에서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조정이 되든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여튼 모양새가 좋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 ‘용산에 순응한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잘못된 해석”이라고 부인했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해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전해지면서 ‘윤·한 갈등’이 가시화됐고, 대통령실 안팎에서 김 비대위원만큼은 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이 같은 대응은 공천개입 논란을 사전 차단하는 조치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5·2016년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는데, 사건을 수사지휘한 검사가 바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다. 윤 대통령의 ‘공정’ ‘투명’ 공천 발언은 대통령실이 특정 인사를 지원·압박하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지역구 출마자 간 갈등 불씨가 당과 대통령실의 충돌로 옮겨붙지 않도록 사전 차단막 설치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정부 고위 관료 내지 대통령실 주요 인사가 보수 우세 지역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대통령실 차원의 개입은 없던 것으로 비쳐야 현역 의원 등 낙마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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