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멋지게 이기는 길”…‘범야권 연대’ 실리 택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
병립형 비례제 시사 뒤 ‘뭇매’
당 안팎선 ‘개혁 후퇴’ 압박도
의석수는 병립형 때와 비슷
야권 지역구 후보 단일화 가능
사실상 ‘덜 손해 보는’ 결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결단을 내린 데는 ‘범야권 연대’를 주장한 당 안팎의 압박이 유효했다. 병립형 비례제 회귀에 따른 ‘거대 양당의 야합’ 프레임에 대한 부담과 야권 단일화를 통한 수도권 승리 등 실리도 병립형으로 쏠렸던 이 대표의 마음을 준연동형으로 되돌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그간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1월28일 유튜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이상과 현실 중 현실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로는 민주당이 의석을 많이 확보할 수 없어 거대 양당이 추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병립형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관측됐다.
그러자 이 대표를 향해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졌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당 원로들과 시민사회는 “병립형 비례제 회귀는 개혁 후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26일 당시 ‘개혁연합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만나는 등 준연동형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지난 1월18일 기존 병립형 회귀 시사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가능한 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 답한 바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놓고 현행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두고 전 당원 투표를 검토했으나 지난 2일 지도부 논의 끝에 최종 결정권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병립형 회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는데, 준연동형으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기자가 묻자 “고심하고 있던 것이지 어느 한쪽으로 마음의 결단을 했던 적 없었다”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고 생각을 확정하기 힘든 사안이기에 2~3일 전쯤 결정했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의힘 측과의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협상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를 ‘제3의 길’이라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소수정당 배제 문제 해결을 위해 소수정당을 위한 의석 30% 할당 또는 권역별 최소득표율 3%에 1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여당은 소수정당 보호와 이중등록을 끝내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거대 양당 야합을 통한 과거 제도로의 회귀라는 비판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일찍부터 병립형 비례제로 입장을 정한 상황에서 고심을 거듭하던 민주당이 뒤늦게 여당을 따라가는 모양이 된다면 비판은 민주당으로 향할 판이었다. 의석수 욕심에 소수정당 원내 진입 활성화와 다당제 기반 마련이란 대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될 게 뻔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범야권 연대는 이 대표가 준연동형을 선택한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열어주시리라 믿겠다”며 “지역구 문제를 포함해 비례선거까지 선거에 관한 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소수 정당을 배려했다는 명분과 동시에 수도권 등 접전 지역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실리도 챙겼다. 위성정당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야권 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통합비례정당을 표방했다. 그러면서 의석수는 병립형 회귀 때와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동시에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민주당과 선거연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만큼, 지역구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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