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이어 무죄...이재용 ‘7년 사법리스크’ 일단락

이정구 기자 2024. 2. 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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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비를 맞으며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의 1심 선고가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년 5개월간 열린 107차례 공판 중 법원 허가를 받아 빠진 11번을 제외하고 총 96번 법정에 출석했다./남강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5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재판을 20여 분 앞두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3년 5개월간 총 107차례 열린 재판, 법원 허가를 받아 빠진 11차례를 제외하곤 96번째 법정 출석이었다. 이날 서울에는 가랑비가 내렸지만, 이 회장은 우산을 쓰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오후 2시 2분 재판부가 417호 법정에 들어서자 이 회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선고를 시작한 박정제 부장판사가 “검찰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등 무죄 취지의 판결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이 회장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선고를 들었다. 선고 50분 만인 오후 2시 52분쯤 박 부장판사가 “(이재용 회장 등)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라고 선고했다. 검찰 기소 후 1252일, 약 3년 5개월 만이었다. 이 회장에 적용된 19개 혐의 모두 무죄였다.

1심이지만 이날 무죄 선고로 2016년 국정 농단 사건에서 시작된 ‘삼성 사법 리스크’의 큰 줄기가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은 2022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고, ‘경영권 승계’ 문제도 이날 1심에서 무죄 판단이 내려져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재판부가 떠난 뒤 옅은 미소를 띠고 법정 실무관에게 다가가 목례하고, 함께 재판을 받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국민께 한마디 해달라”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삼성은 공식 논평은 내지 않았지만, 이 회장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재계에선 “검찰이 ‘공짜 경영권 승계’ ‘삼성식 반칙’이라며 글로벌 선두 기업의 총수를 장기간 수사한 것치고는 허망한 결과”라고 했다.

◇'이재용의 뉴삼성’ 본격화

이날 무죄를 계기로 이 회장의 ‘뉴삼성’ 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항소심에서 법리 다툼이 이어질 수 있지만, 1심 무죄로 경영권 승계 정당성을 확보해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나설 바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간 삼성은 2022년 이재용 회장 승진 이후에도 ‘삼성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바이오 신사업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제2의 반도체가 될 압도적인 신성장 동력 발굴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신사업으로 강조한 인공지능(AI), 6G(6세대 이동통신) 등 사업에서 대형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된다. 삼성의 대형 M&A는 이 회장이 2017년 부회장 시절 주도한 9조원 규모의 음향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7년 동안 없었다.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도 대폭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일주일에 1~2번씩 재판에 출석하느라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교류도 제한적이었다. 항소심은 변수지만, 1심 무죄 판단으로 앞으로 재판 부담도 일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 농단으로 시작된 사법 리스크

이 회장과 삼성은 2016년 국정 농단 사태부터 시작해 7년 넘게 사법 리스크가 계속됐다. 구속, 353일간 수감, 집행유예 석방, 207일간 재수감, 가석방이 이어졌다. 2022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지만,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지난 연말까지도 매주 1~2회 재판에 출석했다. 2022년 10월 27일 회장 취임 당일, 작년 취임 1주년 때도 법정에 나와야 했다.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 회장의 모든 일정이 온종일 법정에 앉아 있어야 하는 재판을 중심으로 짜였고,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등 주요 해외 일정 때마다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해외 사업장 방문은 재판이 없는 명절 연휴를 활용했다.

삼성의 핵심이었던 최지성 전 미전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도 재판에 묶였다. 이날 무죄 선고로 삼성이 큰 족쇄는 풀었지만, 앞으로 항소심과 현재진행형인 ‘삼성전자의 삼성웰스토리 일감 부당 지원 의혹’ 재판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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