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용틀임하듯 솟아오른 소나무
용의 해, 갑진년 설날이 코앞이다. 전설의 짐승 용은 옛 신화와 전설에 상서로운 짐승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손꼽는 소나무 가운데에도 용의 이름을 딴 나무가 있다.
경상남도 합천군 묘산면 깊은 산골의 나곡마을 어귀에 서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그렇다. ‘합천 화양리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인데, 오래전부터 ‘구룡목’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나무의 줄기 껍질이 거북의 등껍질처럼 규칙적으로 갈라졌다 해서 거북을 뜻하는 ‘구(龜)’와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오르는 형상을 했다 해서 ‘용(龍)’을 붙여 부른 별명이다.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목인 이 소나무는 500년쯤 이 자리를 지켜오는 동안 18m 높이까지 자랐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6m까지 몸피를 키웠다. 낮은 지붕의 살림집만 몇채 있는 풍경의 중심에 서 있어 실제보다 크고 우람해 보인다.
여느 소나무에 비해 돋보이는 건, 규모와 연륜 때문이 아니라 소나무 노거수가 갖춘 아름다운 생김새로는 첫손에 꼽을 만하다는 데에 있다. 그야말로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생명체는 나무밖에 없다’는 말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땅에서 용틀임하듯 힘차게 솟아오른 굵은 줄기는 3m쯤 높이에서 세 개의 굵은 줄기로 갈라졌고, 그 각각의 줄기는 다시 작은 가지들을 사방으로 고르게 펼쳤다. ‘합천 화양리 소나무’의 아름다움은 소나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에 이르지 싶다. 나뭇가지는 동서 방향으로 25m, 남북 방향으로는 23m나 되는데, 줄기에서부터 가지까지가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생김새는 더없이 훌륭하다.
나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사람들은 신화 속의 용을 떠올린 것이다. 도무지 현실에서 이루기 힘들 만큼의 아름다움을 갖춘 나무라는 뜻에서다. 용의 해, 설날을 앞두고 올해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일들이 용틀임하듯 솟아오르기를 기원한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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