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일본 달 착륙, 바라만 볼 건가
“2024년 1월20일 0시20분, 달 착륙선이 월면에 성공적으로 착륙을 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이 짤막한 문장의 의미는 컸다. 일본이 세계 5번째 달 착륙국가에 오른 순간이었다. 최근 한국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처럼 3만달러대를 유지한다는 점을 들면서 우리 국력이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보는 기류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주개발 분야에서 한국은 아직 일본의 적수가 못 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우주기술의 핵심인 로켓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01년부터는 ‘H-2A’라는 대형 로켓을 안정적으로 쏘고 있다. H-2A는 올해까지 48번을 쏴서 단 한 차례를 빼고 모두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 달 착륙선을 실은 로켓도 H-2A이다.
한국의 대표 로켓 ‘누리호’는 2021년 처음 쐈다. 첫 발사는 실패했고, 2번째(2022년), 3번째(2023년) 발사는 성공했다. 누리호 덩치와 힘으로는 착륙선을 달까지 보낼 수 없다. 달 착륙선을 실을 수 있는 새 로켓은 개발 중이다. 소행성 탐사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있다.
이런 양국 간 우주기술 수준 차이는 달 개척을 함께할 파트너를 분주하게 찾고 있는 미국의 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달에 일본인 우주비행사를 보내겠다고 했다. 인간의 달 재착륙을 위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였다.
반면 같은 달 열렸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미국은 우주개발에서 협력하자고 했지만, 우주비행사 배출처럼 파격적이며 손에 잡히는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이런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은 우주기술에서 구체적인 실력을 입증하고, 이를 토대로 미국과 협력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은 진공이면서 온도 차가 극심한 월면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장갑차 형태의 월면차를 개발 중이다. 특히 달 착륙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할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을 미국과 공동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무슨 기술로, 어느 정도의 기여를 달 개척 과정에서 할 수 있는지가 아직 미지수다. 그런 구체적인 협력을 시도해 결과물을 얻어본 적이 없어서다. 한국은 아르테미스 계획 추진을 위한 제도적 체계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2021년 서명했지만, 지금도 사실상 이름만 올려놓은 상태다. 국내 과학계에서는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를 다루는 구체적인 협력보다는 “앞으로 잘해보자”는 식의 의례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협력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르면 2030년대부터 달 유인 기지가 본격 운영된다. 다량의 광물을 캐내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득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 한국의 기여가 지금처럼 딱히 없다면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달에서 한국의 역할을 증명할 시간은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
이정호 산업부 차장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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