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고시 무효’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새국면

임연희 2024. 2. 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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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지난주 제주에선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이 이슈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하수 처리 증설을 위한 제주도의 고시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임연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재판부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 고시를 무효로 본 이유가 뭐죠?

[기자]

네, 1심 재판부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의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봤습니다.

처리장이 있는 구좌읍 월정리 주민과 해녀들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1년 넘는 심리 끝에 승소한 건데요.

재판부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법 상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대상 사업은 승인을 받기 전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사업자인 제주도가 이를 실시하지 않았고, 이는 법규를 위반한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한 하자이기 때문에, 고시는 무효라고 판결한 겁니다.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제주도 주장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1심 재판부는 해녀들의 손을 들어준 건데 제주도는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한다는 입장이죠?

[기자]

네, 1심 판결이 나온 지 나흘 만에 제주도가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로펌에 변호를 맡겼는데요.

제주도는 앞서 1심에서 영산강환경관리청과 사전환경성검토 협의했고, 같은 해 환경부로부터 인가 받았으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동부하수처리장 설치계획을 세운 1997년,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관련 절차를 이행한 것을 근거로 든 겁니다.

이에대해 1심 재판부는 1997년 최초 승인받은 하루 하수 처리 용량에 대한 시설 공사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협의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2만 4천 톤까지 하수 처리 용량을 늘리려는 지금의 증설 계획에 대한 환경성검토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밖에 위법 여부를 다투는 쟁점은 더 있는데요.

문화재보호법 위반, 세계유산협약 위반 등 원고 측이 주장하는 위법 사항이 7가지에 이릅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위반만으로도 고시 무효에 해당하므로, 나머지 쟁점에 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1심 심리가 1년 넘게 걸린 만큼,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항소심까지 지켜봐야겠네요.

사법부의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현재 진행 중인 동부하수처리장 공사는 어떻게 되는 거죠?

[기자]

네, 현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공정률은 20%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데요.

제주도의 목표대로라면 내년 말쯤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는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지만 공사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영훈 도지사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입장을 밝힌 겁니다.

이 같은 오 지사의 입장 표명에 공사 반대 측은 증설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과 관련해 제주도와 반대 주민 양측은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법부의 확정 판결이 나온다 하더라도 갈등 봉합이 가능할지도 우려되네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은 6년 넘게 갈등이 이어져 온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착공에 들어간 게 2017년 9월입니다.

이에 하수 처리량이 두 배 늘어나면 마을 어장이 더 황폐화 된다며 월정리 해녀들과 주민들이 반대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후 공사 저지 집회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공사 재개와 중지도 반복됐습니다.

2021년엔 월정리 주민들은 증설 반대 회견을 하고 삭발식을 하기도 했고요.

2022년엔 잠수복을 입고 나온 해녀들이 증설 공사를 막기 위해 화물차 진입을 막아서기도 했습니다.

이에 시공사 측은 공사 방해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일부 반대 주민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요.

공사 방해 반대 시위 시 1인당 100만 원씩 배상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 결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갈등이 절정에 달한 건 2023년 증설 공사 재개로 가닥이 잡히면서부텁니다.

월정리 해녀들은 공사재개 철회를 요구하며 제주도청 앞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간 게 지난해 3월 말쯤인데요.

밤샘 농성 당시 모습을 보면, 60대부터 일흔을 넘긴 고령의 해녀들이 해 뜰 때까지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철야농성을 했습니다.

하지만,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을 위한 개발사업 시행은 예정대로 4월 승인됐고요.

이어 제주도는 두 달 뒤 제주도가 마을회와 합의했다며 공동 회견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는 당시 시공사가 주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법정 분쟁을 해결에 노력할 것 등을 약속하며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제주도가 마을회와 합의했지만 법정 분쟁을 비롯해 마을 내 입장 차도 있는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공사 반대 주민 측은 도지사의 직권 남용에 대한 공수처 고발 등 지금까지 제기한 각종 고발과 소송만 20건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마을회 측은 총회를 거친 사안이기 때문에 제주도와의 합의를 존중하는 기류인데요.

실제, 올해 초까지 마을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제주도와의 실무 논의도 진행됐다고 합니다.

이에 반대 측은 마을을 두 동강 내는 제주도의 이간질이라고 반발하고 있고요.

이 때문에 자칫 마을 주민 간 갈등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6년 넘게 이어진 갈등인데,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를 두고 수년간 제주지역 정치인과 정당, 시민사회단체까지 갈등 해법을 모색하는 여러 입장이 나왔는데요.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 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제주도는 사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진 공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사법부 판단을 구하면 위법 여부를 분명히 밝힐 수는 있지만 오랜 시간과 더불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만약 증설사업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에서 제주도가 최종 패소한다고 가정해볼까요.

5백억 원 넘는 사업비에 대한 세금 낭비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1심 판결에서 절차적 위법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공사를 강행한 것에 대한 책임 문제도 남게 됩니다.

사법 만능주의로 흐르기보단 갈등 중재자를 두고 양측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또 다른 방법으로 보입니다.

제주도가 1심 행정재판에서 패소하긴 했지만 그 전에 마을회와 합의를 이끌어낸 적이 있는 만큼 다시 한번 대화와 중재를 통한 갈등 해결 능력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임연희 기자 수고했습니다.

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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