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 등장한 사원증 패션… ‘오피스코어’ 주목
김수미 2024. 2. 5. 20:04
올해 패션 트렌드를 미리 보여주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2024 컬렉션에는 빳빳한 셔츠나 블라우스, 펜슬 스커트, 단정한 구두 등 전형적인 직장인 복장으로 보이는 룩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모델들이 아예 사원증을 목에 걸고 커피나 옷걸이를 손에 든채 런웨이를 누빈 브랜드도 있었다.
이른바 ‘오피스코어’(Officecore). 사무실(Office)과 코어(Core)의 합성어로, 격식을 차려 입되 소재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줘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도서관 사서를 연상시키는 ‘사서코어’(LibrarianCore)도 오피스코어의 한 갈래로 올 봄 주목받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둘 다 간결하고 단순한 본질에 집중하면서 심플한 실루엣,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1990년대 ‘미니멀리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패션 업계를 휩쓸었던 ‘조용한 럭셔리’, ‘올드머니 룩(Old Money Look·대대로 부자인 상류층 패션)’ 트렌드의 연장선상에서 올해도 큼지막한 브랜드 로고나 무늬 대신 차분한 패션이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 불확실성과 소리심리 위축으로 인해 실용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패션 선호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가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던 오피스코어는 모델 벨라 하디드가 타이트한 줄무늬 셔츠에 블랙 팬츠, 커다란 귀걸이와 안경을 쓴 모습으로 뉴욕에 나타나 재부상하기 시작했다.
오피스코어의 핵심 아이템은 자로 잰 듯 반듯한 재킷부터 팬츠, 화이트 셔츠, 클래식한 로퍼나 옥스퍼드 슈즈, 장식 없는 톱 핸들 백이다. 오버사이즈 등으로 변형된 셔츠와 블레이저에 비치는 소재나 컷아웃 아이템을 적용해 은근한 관능적인 분위기를 가미할 수도 있다.
특히 블랙 앤 화이트는 오피스코어에서 필수이자,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클래식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색상으로 어느 상황에서든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큼지막한 귀걸이나 목걸이 등으로 자칫 단조로워보일 수 있는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단정한 도서관 사서를 떠올리게 하는 사서코어도 오피스코어의 한 갈래로 뜨고 있다. 사립학교 모범생 스타일의 프레피(Preppy) 룩과 괴짜같지만 세련된 스타일을 의미하는 긱 시크(Geek Chic) 룩의 변주라고도 볼 수 있다.
미우미우는 2023 FW 컬렉션에서 프레피룩과 함께 단추를 꽉 채운 니트 가디건과 복고풍의 도트 스커트, 서류 가방처럼 각진 네모난 핸드백에 빈티지 안경으로 마무리하며 사서코어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처럼 사서코어는 타이트한 핏의 니트 상의, 무릎 선 또는 그 아래까지 내려오는 스커트, 높게 올라온 양말, 로퍼 혹은 발꿈치를 드러내는 슬링백 등의 조합이 기본템이다. 여기에 안경까지 쓰면 금상첨화.
국내 패션업계도 오피스코어와 사서코어를 반영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사카이(Sacai)는 볼륨감 있는 크롭 화이트 셔츠에 블랙 팬츠를 매치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룩을 완성했다. 델라라나(DELLA LANA)는 고급스러운 소재가 돋보이는 숏 재킷에 같은 색상의 슬랙스 팬츠와 매치해 격식있는 출근룩을 완성했다. 여기에 가죽 벨트 장식과 강렬한 레드 색상의 펌프스 힐을 신어 자칫 무난할 수 있는 룩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실루엣과 디테일이 간결해진 만큼 옷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고급스러운 소재에 대한 관심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빈스(Vince)는 이번 SS 시즌에 캐시미어와 실크가 믹스된 소재, 여성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새틴 등 고급스런 소재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느낌의 블라우스, 스커트, 드레스 등을 선보였다. 동일 소재, 동일 컬러로 통일감을 앞세운 레이어드로도 오피스코어를 연출할 수 있다.
구호는 올해 봄 컬렉션에서 구조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재킷과 스커트를 선보였다. 부드러운 베이지 톤의 오버사이즈 테일러드 재킷에 블랙 니트와 화이트 컬러의 H라인 스커를 매치해 차분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살렸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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