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준연동형 비례’ 결정 옳고, 소수정당 길 넓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연동형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월 총선을 65일 앞두고 비례대표 선거제를 병립형이 아닌 준연동형 유지로 결정한 것이다. 거대 정당의 기득권 강화나 정치적 퇴행보다 다당제 정치연합의 길을 가겠다는 이 대표 결단은 옳은 방향이다.
이 대표 결정은 당장의 실리보다 명분을 택한 결과로 보인다. 일정 수의 민주당 의석 확보가 보장된 병립형보다 다당제와 비례 대표성을 확대할 준연동형으로 정치개혁의 큰 걸음을 견지하고, 야권 연대의 촉매제로 삼은 것이다. 이 대표도 국민과 약속한 연동형 틀을 지켜 정치 불신을 키우진 않게 됐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2020년 총선 때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의미가 퇴색됐다. 이 대표가 그 제도적 허점을 고치지 못한 걸 사과했지만, 그 대목에선 협상 자체를 거부한 국민의힘 책임 역시 크다. 그런데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준연동형제를 “(이 대표) 입맛에 맞는 게리맨더링”이라며 폄훼하고, 지난달 31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을 공식화하며 야권에 병립형 회귀만 압박했다. 원내 1당과 야권이 준연동형 비례제로 의견을 모은 이상 국민의힘의 병립형 요구는 이뤄질 수 없다. 현재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국회 정개특위가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들거나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포기하고 정치 개혁의 디딤돌을 세우는 게 정도이자 지름길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여당이 칼(위성정당)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없다”며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통합형 비례정당을 제안했다. 이 정당에 대해서는 “절반쯤 위성정당이고 절반쯤은 소수정당의 연합플랫폼”이라며 ‘준위성정당’임을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반성적 성찰은 당연하다. 여당이 만들려는 ‘국민의미래’와 통합형 비례정당이 또다시 위성정당 대치로 치달을 때도, 민주당은 병립형의 기득권을 던지고 다당제를 강화하겠다는 이날 준연동형제 발표 방향·취지를 끝까지 살려나가야 한다.
다당제 연합정치 완수에 민주당이 앞장서고, 그 역사적 역할과 평가를 국민에게 받겠다는 것이 이 대표 말대로 책임 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당대표 주도의 공천이나 순번 배정을 민주당이 양보하면서 연동형제 도입 취지를 살리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 대표 결단이 적대적 양당 정치를 극복하고, 소수정당의 길을 넓히는 정치개혁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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