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 의혹' 이재용·삼성 전원 무죄…검찰 "항소 검토"(종합)

정채영 2024. 2. 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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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등 미래전략실 직원도 모두 무죄
검찰 "판결 면밀 분석검토해 결정할 것"

[더팩트ㅣ서예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등 모든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1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기소된 13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합병은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시세조종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관여했다고 본다. 검찰은 합병 비율에 따라 약 4조 원의 차이가 발생했다고 추산해 이 부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모두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된 목적이 경영권 강화 및 승계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프로젝트-G 문건 등을 근거로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주주들의 손해를 의도·감수한 약탈적 불법 합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프로젝트-G 문건은 이건희 회장 사망 시 막대한 상속세 납부에 따른 지분 감소 및 상속에 따른 지분율 변화와 외부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지분율 변화를 상정하고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라며 "약탈적 불법 합병 계획을 담고 있는 승계계획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주사는 지나치게 고평가됐고,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합병으로 삼성물산과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합병의 목적, 경과, 비율, 시점 모두 부당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주주총회 단계에서 이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배척했다.

합병으로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주장하는 손해는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해 객관적.개연적으로 기대되는 이익 상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변호인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예원 기자

선고 직후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제일모직의 자회사)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검찰도 입장문을 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회장 등 사건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 40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 회장은 1심 선고에 임하는 소감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줄 몰랐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 '불법승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4년 6개월과 벌금 5억 원, 이왕익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3억 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은 후 지난 2020년 7월29일 형기가 만료됐다. 5년간의 취업제한 조치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던 중 같은 해 8월12일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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