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국민 신뢰 저하”… 임종헌 징역형 집유

이종민 2024. 2. 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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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실무 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임 전 차장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일부 판사들이 주장한 소위 '사법농단'은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재판장 김현순)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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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소 5년여 만에 1심 선고
당시 정부·국회의원에 법률 자문
직권남용 등 혐의 유죄로 판단
재판 개입은 대부분 무죄로 인정
연루 법관 14명 모두 1심 일단락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실무 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임 전 차장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일부 판사들이 주장한 소위 ‘사법농단’은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권한 이용 범죄로 사법 신뢰 저하”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재판장 김현순)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18년 11월 기소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법행정업무 전반을 수행하면서 그 권한을 이용해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사법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됐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긴 시간 동안 유죄로 판명된 범죄보다 몇 배나 많았던 범행에 관한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만 했던 일종의 사회적인 형벌을 받았다”는 점이나 이미 500일 이상 구금됐던 사정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부와 소통하며 재판에 무리하게 개입하고, 내부의 비판세력을 탄압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2014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에 대해 심의관에게 관련 자료를 작성하라고 한 지시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송 일방 당사자인 정부에 도움 주기 위해 지시한 것으로 직권남용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에 대한 사건정보 수집 지시 △홍일표 전 자유한국당 의원 형사 재판 전략 마련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등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개입 혐의는 대부분 무죄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줄기인 재판개입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죄가 선고됐다. 예컨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 사건에서 외교부 의견을 미리 감수해 준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사법부의 대(對)행정부 업무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들의 사건 검토를 지시한 데 대해선 “재판에 개입할 직무권한이 없다”거나 “(검토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직권남용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폭로와 함께 일부 판사들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키는 계기로 삼았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가담한 혐의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거나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은 소위 ‘사법농단’이란 이름이 붙었던 이번 의혹의 대부분은 실체가 없거나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사법농단’이나 ‘재판거래’에 관한 중대한 의혹은 수많은 검사가 투입돼 수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가 300쪽 넘는 공소사실로 정리되는 동안 이미 대부분의 실체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에는) 직권남용 혐의만 주로 남게 됐고, 이런 혐의들도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부연했다.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선고로 지금까지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14명 모두 한 차례 이상의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이 중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은 임 전 차장을 비롯해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 등 3명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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