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으로 손해 봤다” 국내 민사소송·엘리엇 판정 영향 받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가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원에 계류 중인 다수의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는 이 회장 등을 상대로 한 3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계류 중이다. 2020년 2월 삼성물산 주주 32명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한 합병 비율로 인해 피고 이재용은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 지위에 올라 수조 원대의 이익을 얻었지만 원고 삼성물산의 주주들은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며 약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2021년 1월에도 삼성물산 주주 19명이 삼성물산과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약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9월에는 주주 3명이 약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3건의 소송은 재판이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거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손해배상 책임을 따지려면 이 회장의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회장 등에 대한 형사재판 1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관련 재판에도 속도가 붙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날 이 회장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이나 의사가 도외시된 바 없다”고 했다. 이 판단은 이 회장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 원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고 측을 대리하는 김종보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번 판결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본 후 대응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국제투자분쟁(ISDS)에 영향을 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6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한국 정부가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이에 불복해 영국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만 이 소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보다는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 여부를 다투는 것인 데다, PCA가 판정을 취소하는 사례가 드물어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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