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준연동형'으로 기운 비례제… 위성정당 재연에 거대양당만 '미소'
소수정당엔 불리… 지역구 2석당 비례 1석 손해
4월 총선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위성정당 창당 의사를 밝히면서다. 연동형은 지역구 당선인과 비례 득표율을 연동해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로 소수정당에 유리하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주도가 돼 통과시켰지만, 위성정당을 만들어 취지를 훼손하는 '꼼수'를 스스로 입증했다. 속내가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으로 향후 위성정당을 흡수하는 거대 양당에 유리하고, 군소정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다.
연동형의 취지는 비례 투표에서 10% 득표를 한 정당이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30석(전체 300석의 10%)을 갖도록 해 비례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구 당선인이 많을수록 비례대표 당선인 수가 줄어든다. 비례에서 10%를 득표한 정당이 지역구에서 29석 당선됐다면, 비례 의석은 1석만 배분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취지를 살리려면 비례 의석수가 현행 47석 보다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연동률을 50%로 제한한 준연동형에 합의했다.
의석 배분 산식은 복잡하다. 국회의원 정수(300석)에 정당의 비례 득표율을 곱한다. 여기에 이 정당의 지역구 당선인 수를 뺀 뒤 이를 절반(연동률 50%)으로 나눈다. 이렇게 해서 의석 배분의 기초가 되는 '연동배분의석수(연동의석수)'가 나온다. 예를 들어 비례 투표에서 10%를 얻은 정당이 지역구에서 4석을 얻었다고 가정하면,{(300×10%)-4}÷2를 해 13석이 연동의석수가 된다. 연동의석수대로 비례 의석을 나누되, 각 정당 연동의석수 합이 비례 정수인 47석을 넘어설 경우엔 별도 산식을 적용한다. 비례 정수(47석)에 정당별 연동의석수를 먼저 곱한 뒤 다시 정당별 연동의석수 합으로 나눈다.
또다시 위성정당 꼼수… 지역구 당선 의미 없어져
문제는 위성정당이다. 연동형의 핵심은 득표율에 따른 비례 할당에서 지역구 당선인을 빼는 것이다. 비례 투표에서 많은 지지를 확보하고도 실제 의석수가 적은 민심 왜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지역구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공천하는 정당은 지역구 당선인이 0명이다. 이 부분을 거대양당이 지난 총선에서 파고들었다. 위성정당을 만든 뒤 향후 합당하는 꼼수를 부렸다. 결국 지난 총선은 득표율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과 비슷한 결과로 나왔다.
2020년 총선에서 거대양당이 현행 제도 하에서 위성정당 없이 위성정당이 얻은 득표를 그대로 받았다고 가정하면, 비례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10석, 민주당 2석, 정의당 15석, 국민의당 11석, 열린민주당 9석을 얻게 된다. 지역구에서 각각 84석, 163석을 얻은 거대양당 대신 소수정당이 배분받는 비례 의석이 큰 폭으로 늘어 연동형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거대양당은 30석 캡(연동형 상한)을 씌우고 위성정당을 만들어 미래한국당(통합당 위성정당) 19석, 더불어시민당(민주당 위성정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을 얻었다. 단순 병립형으로 치러졌다고 가정하면 한국당이 18석으로 1석 줄고, 시민당이 1석 늘어 18석이 되는 차이만 발생한다.
준연동형이 이번 총선에서 그대로 적용되면 녹색정의당이나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지역구 당선 확률이 있는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될 여지가 크다. 이들은 위성정당을 만들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선인 수만큼 연동의석수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현행 산식에 따르면 이들이 지역구에서 2석을 얻을 때마다 연동의석수가 1석씩 줄어든다. 유권자들은 지난 선거 당시 나왔던 '48㎝짜리 투표용지'를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고,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은 기호 앞번호를 받기 위해 '의원 꿔주기' 같은 행태를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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