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아우르는 설 극장가 ‘훈훈’… 장르물 힘준 OTT는 ‘액션 맛집'
한국영화 대작 없지만 소재 다양.. 가족영화·로맨스·코미디 등 풍성
손석구·이솜 대세 배우 OTT 출격.. 킬러들의 쇼핑몰 등 화제작 정주행
주말을 낀 연휴가 총 4일에 불과해 올 설 극장가에는 100억원대 이상의 대작 한국영화는 없다. 대신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기 좋은 중소 규모의 다양한 장르 영화가 눈에 띈다. 반면 넷플릭스 등 OTT는 20~30대가 선호하는 스타 배우 출연작이 주를 이룬다. 올 설에 볼만한 영화와 OTT 시리즈를 살펴봤다.
■아이와 함께라면 '웡카'...부모와 '도그데이즈' '소풍'
할리우드 젊은 스타 티모시 샬라메( 사진)가 주연한 '웡카'는 아이와 보기 딱 좋은 영화다. 가진 것이라곤 달콤한 꿈과 낡은 모자뿐인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는 과정은 '모든 위대한 일은 상상에서 출발했다'는 희망적 메시지와 함께 어른들의 잃어버린 동심마저 한껏 자극한다. 로얄드 달의 원작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로 조니 뎁 주연의 영화와 이야기 자체가 다르다. '올리버 트위스트' '애니' 등 고전 명작처럼 불행한 고아를 주인공으로 한 다소 어두운 드라마면서 웡카의 낙관적인 성격과 특별한 능력 덕분에 동화적인 세상이 공존한다. 곳곳에 배치된 뮤지컬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가 귀를 사로잡고, 전설적 캐릭터 '움파룸파'의 춤은 중독성이 있다. 할리우드로 진출한 '올드보이' '아가씨' 정정훈 촬영감독이 작업했는데, 자신의 세 살 된 쌍둥이가 태어나서 처음 본 영화라며 "가족영화"로 추천했다. 전체 관람가.
3세대가 출동한다면 '도그데이즈'가 적격이다. 윤여정·유해진·김서형·김윤진·정성화·이현우·다니엘 헤니·탕준상 등 반려견을 키우는 노인부터 아이, 청춘, 싱글 남녀,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친숙한 옴니버스 식의 예상 가능한 이야기나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결국은 훈훈한 미소를 자아낸다. 특히 윤여정이 자신과 똑닮은 건축가 캐릭터를 통해 20대 청춘에게 건네는 조언과 친절은 쿨하면서도 따뜻하다. 또 부모님과 함께라면 70대 배우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의 '소풍'을 추천한다. 세 노인이 고향 남해에서 재회해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진웅·김희애가 주연한 '데드맨'은 색다른 소재의 스릴러로 눈길을 끈다. 빚더미로 궁지에 몰려 자기 이름을 판 바지 사장 이야기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 각본을 공동집필한 하준원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하 감독이 실제로 돈을 받고 이름을 판 사람들을 5년간 취재해 시나리오를 썼다. 15세 이상 관람가.
스펙터클과 웃음이 필요하다면 영화 '킹스맨'을 만든 매슈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이 제격이다. 한 여성 스파이 소설 작가가 킬러들의 추격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와 웃음 유발 코미디가 강점이다. 이밖에 미취학 아동을 뒀다면 '아기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을, 영화팬이라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를 눈여겨볼만하다.
■'살인자ㅇ난감' vs 'LTNS' vs '킬러들의 쇼핑몰'
OTT는 손석구·최우식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과 디즈니플러스의 '킬러들의 쇼핑몰' 그리고 티빙의 'LTNS'가 화제작으로 손꼽힌다. 오는 9일 첫 공개되는 8부작 '살인자ㅇ난감'은 동명 웹툰 원작으로 '타인은 지옥이다'의 이창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청소년관람불가인 이 드라마에서 최우식은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 된 대학생을 연기했고, 손석구가 그를 지독하게 쫓는 스타일 좋은 형사를 연기했다. 편의점 알바생인 이탕(최우식)은 진상 손님을 의도치 않게 죽이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연쇄살인범이었다. 이창희 감독은 이 드라마에 대해 "캐릭터가 곧 장르"라며 "이탕의 판타지와 장난감(손석구)의 추리극, 송촌(이희준)의 누아르가 부딪힌다"고 전했다.
지난달 공개된 디즈니+의 8부작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은 이동옥·김혜준·서현우의 액션물로 3주 연속 디즈니+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서도 톱10에 올라 있다. 마지막화가 7일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알고 보니 킬러들에게 무기를 팔던 용병 출신 삼촌 '진만'이 죽고 난 뒤 그의 유산 때문에 표적이 된 조카 '지안'의 생존기를 다룬다. '구해줘2'의 이권 감독이 기획·각색·연출했으며,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과 제작진이 '히든카드'로 꼽은 금해나의 창고 액션신 등이 호평을 얻고 있다.
이솜·안재홍이 섹스리스 부부를 연기한 'LTNS(Long Time No Sex)'는 티빙의 6부작 드라마다. 지난달 공개된 이 작품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어른들의 현실적인 19금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고 있는데, 각박한 현실 속에서 부부관계마저 소원해진 5년차 부부 우진과 사무엘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남녀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19금 드라마답게 대사도 설정도 뜨거운데, 그 밑바닥에는 삶과 사람에 대한 연민이 깔려있다. 서로 너무 달라 끌렸으나, 또 너무 달라 삐걱대는, 동지애가 뜨거운 두 부부는 때론 귀엽고 때론 안타깝다. 결국 자신들의 문제에 직면하는 둘의 불륜 추적 활극은 애잔하고도 쓰라린 블랙코미디다. 영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과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이 함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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