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지적에도 존속한 준연동형 비례제, 어떤 제도이길래?
지역기반 약한 소수 정당에 유리…거대 양당 꼼수 위성정당에 '형해화' 지적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제22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분 방식으로 5일 '준(準) 연동형' 유지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지난 총선 당시 '꼼수 위성정당' 등 논란이 재현될 전망이다.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 및 비례성 확대 등을 명분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밀어붙이던 당시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에 합의하면서 그해 연말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1야당인 옛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반대에 물리적 충돌로 치닫는 파동을 겪기도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제 개편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오던 관행이 깨진 사례로 남기도 했다.
이처럼 어렵게 마련된 선거 제도지만 의석 산출을 위한 산식 자체가 매우 복잡한 데다가 여야가 나란히 '꼼수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도입 명분이 무색해지는 등 제도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된 만큼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이런 비판과 논란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준연동형 비례제의 구체적인 산출 방식은 총 300석 중 정당 득표율만큼을 계산한 뒤 이중 지역구 당선을 통해 획득한 의석수를 뺀 나머지의 절반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장하는 구조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국회의원 정수 - 지역구 5석 혹은 비례대표 3% 이하 정당 및 무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수)×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득표 비율-해당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수}÷2'이다.
당시 선거법 부칙을 통해 총 47석의 비례대표 중에서 30석, 이른바 '캡' 조항이 적용됐고 나머지 17석은 이전처럼 병립형으로 배분됐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기존 병립형에 비하면 매우 복잡한 방식이다.
여기에 정당별 연동 배분 의석수의 합계가 30석을 넘을 경우와 미달할 경우가 생기면 각각 다른 계산식이 동원되는 등 더욱 어려워진다.
이렇다 보니 2019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 없다"고 했다가 비판에 직면했고, 지난해 11월에도 민주당 허영 의원이 "국민들이 산식을 알고 투표하느냐"고 말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정당 지지도에 비해 지역 기반이 약한 정의당 등 소수 정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국회 입성을 노린 신생 정당이 대거 등장, 총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했고 정당 투표용지 길이가 48.1㎝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이른바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애초 취지와는 상당히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으면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비례 의석을 챙길 수 없거나 확보할 수 있는 의석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의석수를 확보해야 하는 양당이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실제 개표 결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득표율 33.8%로 총 47석 중 19석을 차지하고 민주당의 더불어시민당이 33.4%를 득표해 17석을 얻는 등 기존 병립형 방식으로 계산해도 큰 차이가 없는 결과가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1대 총선 직후인 2020년 9월 보고서에서 "준연동형에 내재된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정당 간 공정한 경쟁을 형해화하고 유권자의 정당 선택에 혼란을 야기하는 비례용 위성정당이 출현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대(大)정당들은 연동제에서 연동의 고리를 끊을 수 있으며 이 경우 결국 병립형과 차이가 없는 선거 결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이미 위성정당 창당을 선언했고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이날 '준위성정당' 추진을 공언하면서 준연동형 제도의 본래 취지는 무색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1대 총선에 적용된 30석의 연동형 '캡'이 22대 총선에서 확대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ge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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