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핵심 임종헌 전 차장 1심 '유죄'[종합]
30여개 혐의 중 '전교조 사건' 등 10개 유죄
재판부 "국가가 부여한 사법행정권 사유화"
"5년 넘는 시간 '사회적 형벌' 받은 점 참작"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일명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언론을 통한 의혹 제기 6년 10개월, 구속기소 5년 2개월여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판사 김현순·조승우·방윤섭)는 5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인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2015년 8월 부터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하는 동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다.
검찰이 2018년 11월 14일 구속기소하며 적용한 죄목은 크게 잡아 총 6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죄 등이다. 세부적 혐의는 30여개에 이른다. 2019년 1월 정치인 '재판 청탁 등 재판 개입(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혐의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임 전 차장의 전체 혐의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에서 고용노동부의 재항고이유서를 첨삭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박근혜 정부 당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 검토를 일부 유죄로 봤다.
또 홍일표·유동수 등 여야 국회원들의 '재판민원' 수용,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가 심리 중인 사건의 비공개 정보와 자료를 요청한 혐의,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상 배임) 등을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2013년 9~11월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개입과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검토,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재판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 내 법관 연구조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해산 시도나 사법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사찰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등 대내외적 비판세력을 탄압했다는 혐의도 일부 또는 전부 무죄가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임 전 차장의 위법사실을 신랄하게 질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고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사명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부여한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이나 청와대를 위한 목적에 이를 이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의 이러한 범죄행위로 인해 사법부의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이념이 유명무실하게 됐고, 사법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됐을 뿐만 아니라 법원구성원들에게도 커다란 자괴감과 실망을 안겨줬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법부를 올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중대한 책무를 수행하는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법관들이 다시는 피고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중대한 본분과 책무를 망각했던 피고인에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대부분 혐의가 범죄로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수사 초기부터 '사법농단' 핵심으로 지목돼 오랜 기간 동안 대내외적인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된 점 등이 인정된다"면서 "본 소송만으로도 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유죄로 판명된 범죄보다 몇 배나 더 많았던 범행들에 관한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만 했던 일종의 사회적인 형벌을 받은 것 역시 참작한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이 사건 범죄 사실들과 관련해 5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구금되어 있으면서 자신의 과오에 대한 죗값을 일정 부분 치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임 전 처장은 선고 직후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검찰은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검토·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전 처장에 대한 1심 선고를 끝으로,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부' 고위 법관 14명이 모두 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 가운데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7명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2명은 2심까지 유죄 선고를 받고 상고심 계류 중이다. 심상철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2명은 2심까지 무죄가 선고됐으나 검찰 상고로 상고심이 진행 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등 3명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나 검찰이 불복해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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