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수입 고사리?…“원산지서 데치면 면세지만 삶으면 아냐”

1200여t 수입한 업자에 부가가치세 2억4219만원 부과
“오래 가열하고 살균처리, 1차 가공으로 보기 힘들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데친 고사리’냐 ‘삶은 고사리’냐에 따라 세금이 달리 부과된다? 무슨 이야기일까.

법원이 상당 시간 가열 과정을 거친 삶은 고사리는 데친 고사리와 달리 ‘1차 가공 식료품’에 포함되지 않아 수입 시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최근 무역업자 A씨가 서울세관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중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판매하는 A씨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고사리 1200여t을 수입했다. 이때 품명을 ‘데친 고사리’로 신고해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받았다.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품목의 수입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건조나 냉동, 염장 등 1차 가공으로 생산물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않은 식료품도 여기에 포함된다. 2005년 7월부터는 고사리 등 데친 채소류도 부가가치세를 면제했다.

문제는 서울세관이 A씨의 수입물품을 데친 고사리가 아닌 삶은 고사리로 판단하면서 불거졌다.

서울세관은 삶은 고사리는 면세 대상이 아니라며 A씨에게 부가가치세 2억4219만원과 가산세 2166만원을 부과했다. 서울세관 측은 “1∼2㎏ 단위로 포장한 고사리가 소매 판매되고 있어 부가가치세 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부가가치세법은 데친 채소류라도 운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포장한 경우에만 면세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포장 단위 그대로 수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A씨는 데친 고사리와 삶은 고사리를 구분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음에도 서울세관이 자신이 수입한 물품을 삶은 고사리로 판단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그는 “운송의 편의를 위해 고사리를 포장한 것일 뿐 소매 판매할 목적으로 포장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에 법원은 서울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수입한 고사리가 60∼80℃ 온도의 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당한 시간 동안 가열하는 과정을 거친 후 보존·살균 처리된 제품”이라며 “단순한 1차 가공만을 거친 데친 채소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통상 데친 채소는 색깔이나 맛, 영양가가 변하지 않는 정도로 끓는 물에 2~3분 담갔다 건져낸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또 “수입 시 포장된 형태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됐기 때문에 단순히 운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포장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