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정의 시비 부른 이재용 삼성 합병 무죄 판결
서울중앙지법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5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일절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삼성의 전·현직 임원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등에 관여했다고 보고 2020년 9월1일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3차장 검사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사를 지휘하고, 부장검사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의 무죄 판단엔 논쟁이 뒤따른다. 두 회사 합병에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 외에 다른 이유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봐줘도 된다는 얘긴가. 두 회사의 합병 절차·과정에 위법 행위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부당하지 않다는 소리인가.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주지하듯 이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을 도와 달라고 최순실씨 모녀에게 말을 사준 것 등이 문제가 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죄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심지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은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로 각각 징역 2년6개월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뇌물을 건네고 자본시장 질서를 흔들어 물의를 빚었다. 합병 이후 삼성물산 주주들은 평가 손실을 입었고, 국민연금 가입자도 피해를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지만, 피고인이 다른 사람이었어도 이렇게 했을지 의문스럽다. 법 앞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 삼성은 정도경영의 시대적 요구와 엄중함을 직시하고, 검찰은 항소해 경제정의를 바로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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