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운송료 19억 원 ‘먹튀’ 물류업체…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앵커]
경기도 하남시의 한 물류업체가 화물차주에게 줄 운송료 19억 원을 주지 않고 잠적했습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화물차주들은 380명에 이르는데, 문제는 이런 미지급 피해가 해마다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왜 그런건지, 대책은 없는지 사회부 최혜림 기자와 짚어봅니다.
최 기자, 이 업체가 돈을 주지 않은 게 언제부터였습니까?
[기자]
피해 화물차주들에 따르면 업체는 지난해 10월부터 운송료를 주지 않았습니다.
초반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그 이후론 연락마저 끊겼습니다.
실제로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우편물 배달 안내문만 여러 개 붙어있을 뿐, 최근에 사용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사무실이 지난해 말부터 비어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 건가요?
[기자]
업체가 잠적한 이후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만 383명, 미지급 금액은 19억 원이 넘습니다.
피해 화물차주들이 단체소송도 준비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련 고소가 접수되자 업체 측에서 일부 차주들에게 합의하자는 제안을 해왔는데, 합의 조건이 받아야 할 운송료의 절반을 주겠다는 것이어서 차주들이 더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주 업체와 대표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회사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운송료 미지급 문제,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화물차주들은 이러한 운송료 미지급 문제가 올해 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피해자의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이 모 씨/피해 화물차주 : "한 육십만 원 두 군데 해서 (미지급 운송료가) 백이십 정도 되는 거거든요. 한 군데는 지금 경찰서에서 수사 진행 중이고...법원에 몇 개 뭐 (결과) 기다리고 있는데 많이 힘들죠."]
다른 업체로부터 운송료를 받지 못해 법정 다툼을 하던 와중에 또 미지급 피해를 입은 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후불 정산 방식입니다.
화물차주들은 중개 앱을 통해 물류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습니다.
문제는 업체가 운송료를 월 단위로 정산해, 일을 하고도 한참 뒤에 화물차주에게 돈이 지급된다는 점입니다.
그 시간 차를 악용해 업체들이 잠적해버려도 화물차주들은 알 길이 없습니다.
사실상 일감 배분을 독점하고 있는 중개 앱 운영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박 모 씨/피해 화물차주 : "제도의 개선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운송료는 최소한 떼이지 않는… 뭐, 이런 방법으로 하겠습니다라는 뭔가 있어야 되는데..."]
중개 앱을 통해서 단발성 계약을 맺다 보니 계약서도 없고, 임금의 개념이 아니어서 법정 다툼 외에는 미지급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앵커]
운송료를 주지 않고 사라지는 업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건데, 이런 '먹튀'를 막을 방법은 있습니까?
[기자]
운송료 지급 시차를 줄이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한 달 단위의 후불 정산보다는 운송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최대한 빨리 운송료를 입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물차주들이 일감을 처리한 즉시 운송료를 지급하고, 물류업체로부터 중개 앱이 나중에 돈을 받는 겁니다.
운송료 지급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예치금을 낸 업체만 중개 앱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중개 앱 운영 업체가 선호하지 않다보니 업계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에서 화물 운송 과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이야긴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운송료 미지급 사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나요?
[기자]
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운송료 미지급이 생길 경우 중개업체도 일부 책임을 지는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화물 중개 앱을 정부가 관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단 건데, 올해 상반기 안에 관련 용역을 발주할 예정입니다.
[앵커]
네, 최혜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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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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