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지답 포럼] "APEC 개최지로 제주가 최적"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국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가 마련한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미지답) 제주 포럼이 5일 오후 제주 제주시 메종글래드 제주 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 제주지역 기관‧단체장과 경제계 인사, 학계, 도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내년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보여줬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대의 지역 경제협력체인 APEC 정상회의 개최 효과, 내년 APEC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역할과 개최도시 후보인 제주의 경쟁력 및 유치 가능성 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환영사에서 “민간우주항공기업들이 인공위성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린 것은 물론 지난해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를 생산했고, 아시아태평양에서 가장 먼저 탄소중립을 실현해 가는 제주는 APEC의 가치와 목표에 가장 부합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부산은 2005년 APEC을 개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완전히 업그레이드됐다”며 “제주가 만약 내년 APEC을 유치한다면, 아마도 어마어마한 변화와 도약을 또 한번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APEC학회장)는 ‘APEC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의 의미’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서 APEC을 국익차원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윤주 제주도 국제관계대사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문성만 전북대 경제학과 교수, 박진우 전 경찰대학장,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와 내년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 가능성과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토론자들은 외교와 경제, 국제관계 등의 측면에서 “제주가 APEC 개최지로 최적의 장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춘 제주는 APEC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구조로 바꿀 능력을 갖춘 데다, 개최를 희망하는 다른 경쟁 후보 지역들과 달리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APEC 21개국 정상들의 경호에는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특히 APEC 정상회의에서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가치인 자유무역과 평화·기후변화 등의 논의에서 국제자유도시이자 세계평화의 섬이며,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제주가 개최지로서 APEC이 추구하는 가치 및 목표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지적이다.
"APEC 정상 경호에서 제주가 강점"
종합토론에선 APEC 개최지로서 제주가 갖는 강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문성만 전북대 교수는 경제적 효과와 관련해 “제주는 관광도시로서 다른 경쟁 후보 지역들보다 뛰어난 자연환경과 다양한 먹거리를 갖췄다”며 “APEC 개최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등 21개 회원국 국민들이 제주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돼 관광객 수요의 다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APEC의 제주 개최에 따른 인프라 투자와 회의 운영 수입, 관광객 지출 등에서 얻는 수익만 5,836억 원에 달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생산유발 1조783억 원 △취업유발 7,244명 등으로 추산됐다. 문 교수는 “경제적 효과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지속성”이라며 “APEC 이후 국제회의 추가 유치와 관광객 재방문 등을 감안할 때 제주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을 방문한 정상들의 안전과 관련해선 제주만큼 경호에 유리한 곳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진우 전 경찰대학장은 “2012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는 주변에 지하철과 상가가 많고, 회의 일정이 출퇴근 시간인 러시아워와 겹쳐 경호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반면 APEC이 열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주위로 호텔과 회의장이 몰려 있고 주위가 혼잡하지 않아 경호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안전을 확보하려면 통제가 가장 중요한데 섬이 접근을 차단하고 안전을 관리하기 쉬운 장점을 갖췄다”라며 “제주는 2009년 11개국 정상들이 참여한 한-아세안 정상회의도 개최해 관련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부연했다.
"마이스 산업에서 제주가 발전 가능성 많아"
‘마이스(MICE) 산업’ 측면에서 제주가 다른 경쟁 후보 지역들보다 APEC 개최를 계기로 더욱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이스(MICE)는 회의(Meeting)와 포상관광(Incentive tour),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국제회의 개최를 주축으로 한 산업을 말한다. 신학승 한양대 교수는 “요즘 마이스 산업의 트렌드가 비즈니스와 관광이 결합된 하이브리드”라며 “제주는 이 같은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주가 APEC 개최의 명분과 가치에 가장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에서 APEC의 목표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이라며 “제주는 세계적으로 평화의 섬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구축한 곳이어서 APEC이 나가야 할 방향과 맥을 같이하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는 2020년 7월 기준 국제기구 가입이 16개로 서울시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외교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제주가 APEC 개최지로서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제주는 ‘아세안 플러스(+) 알파(α)’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제사회에서 제주의 입지와 영향력을 높여 아세안 시장은 물론 환태평양, 중동지역까지 제주의 전략적 국제관계를 확장한다는 비전이다. 홍석훈 창원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제에 익숙하다 보니 지방정부의 외교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며 “제주의 APEC 개최는 이런 걸 깰 수 있는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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