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레고리 펙’ 원로 배우 남궁원 별세···향년 90세
미남배우 대표...화려한 수상 경력도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 불린 원로 영화배우 남궁원씨(본명 홍경일)가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영화계에 따르면 남궁원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서울아산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지난 수년간 폐암 투병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59년 영화 <그 밤이 다시 오면>으로 데뷔했다. 공대를 다니며 유학 준비 도중 어머니의 암 선고로 일자리를 찾다 하게 된 일이 연기였다. 그는 <빨간 마후라>(1964), <화녀>(1971), <피막>(1980) 등 반 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300편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선 굵고 훤칠한 외모, 중후한 분위기는 남궁원씨의 트레이드마크다. 여기 더해진 무게감 있는 연기는 그에게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2011년에는 데뷔 52년 만에 처음으로 TV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SBS <여인의 향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재벌 회장 ‘임중희’ 역을 맡았다. 그는 당시 레이디경향과 인터뷰하면서 50년 넘는 경력에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로 많은 노력을 해요. 저는 원래 ‘반짝’하는 순발력도 없고 매사에 좀 늦는 편이라 남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하는 타입이에요. 젊었을 때도 그랬어요. (중략) 처음 영화 찍을 때 ‘기차 시간이다. 가야겠어’ 이 짧은 대사를 스무 번도 넘게 했어요. 그때부터 새벽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면서 하루 종일 연구하고 연습을 했어요.”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1966년 <순교자>로 제9회 부일영화상에서 조연남우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70년 제7회 청룡영화상 인기남우상, 1973년 제12회 대종상 영화제 남우주연상(<다정다한>), 1981년 제20회 대종상 영화제 남우주연상(<피막>) 등을 수상했다. 1991년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예술문화상(영화부문), 1993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2016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도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연기보다 영화 단체 관련 활동을 주로 했다. 2013년 영화인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돼 3년간 활동했다. 이밖에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 헤럴드 명예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양춘자씨와 1남2녀가 있다. <7막7장>으로 유명한 홍정욱 전 국회의원이 아들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이다. 장지는 경기 포천시 광릉추모공원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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